日 외교에서 한국이 배울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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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한일관계, 제대로 알자]

아베 총리의 실행력, 외교 책사의 치밀함, 국제정세 기회 포착

민주당 정권 시절 1년마다 총리가 바뀌면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크게 떨어졌던 일본. 하지만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극적으로 반전됐다. 한국의 한 외교전문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3년 10월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불참하자 한국 언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초점을 맞췄지만 외신은 아베 총리의 리더십 얘기뿐이었다. 다보스포럼 등 다른 국제행사 때도 아베는 ‘글로벌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영향력이 국제무대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랜드 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실행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이른바 ‘외교 책사’가 많다. 외교 청사진이 국내 정치 기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바뀌는 게 아니라 외교 전문가들의 치밀한 ‘설계’에 따라 세워진다는 의미다. 총리 직속의 국가안전보장국(NSC)을 이끌고 있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장은 대중국 포위망을 의미하는 ‘가치관 외교’를 창안한 대표적인 책사다. 안정된 정권 기반 그리고 국익 앞에 한목소리를 내는 의회의 존재도 일본 외교의 장기 전략과 안정성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기회 포착’은 일본 외교의 전통적인 강점이다. 재정난에 봉착한 미국의 힘이 빠지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세계 곳곳에서 미국 대리인으로서의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신뢰를 등에 업은 아베 총리는 특히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 일본의 군사적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해외 원조는 양에서 질로 체질을 개선하는 중이다. 공적개발원조(ODA) 금액은 1997년 1조1687억 엔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 2013년에는 절반인 5573억 엔에 그쳤다. 하지만 첨단 의료와 초절전 에너지, 환경 분야 지원 등 중국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에 집중한다’는 전후 일본의 국가 운영 기본 방향을 정했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는 “전쟁에 패해도 외교에 이긴 역사는 있다”고 말했다. 요시다 어록은 현재 진행형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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