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옮겼다는 죄책감…퇴원했지만 마음 불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메르스 어디까지]슈퍼전파 14번 환자 가족 인터뷰

“마스크 일부러 안쓴게 아니라숨쉬기 곤란해 벗고 있었던것
정보공개 늦어 제때 대처 못해100kg 넘던 몸무게 20kg 빠져”

“메르스가 완치돼 퇴원했어도 (자신이 감염시킨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 때문에) 많이 안타까워하고 마음도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83명을 감염시키며 ‘메르스 슈퍼전파자’로 분류된 14번 환자(35)의 부인인 A 씨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메르스에 걸린 걸 몰랐기 때문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며 “생사가 오갔던 병에 걸렸었다는 것도 큰 상처인데 다른 환자에게 병을 전염까지 시켰다는 점에서 (남편이) 너무 속상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 퇴원한 14번 환자는 이날 통화에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그는 긴 투병 생활과 호흡 곤란을 겪었을 때 받았던 ‘기관지 삽관(목구멍으로 산소 공급 튜브를 넣는 시술)’의 영향으로 목소리가 심하게 쉬어 있었다. 메르스에 걸리기 전에는 100kg이 넘을 정도로 건장했지만 투병 과정에서 20kg 정도 몸무게가 줄었다.

불안하고 쉰 목소리로 인터뷰를 거절하던 14번 환자와 달리 A 씨는 비교적 담담하게 환자의 건강상태와 심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남편이 자신 때문에 10대 학생(67번 환자·퇴원)과 임신부(109번 환자·퇴원)가 감염됐다는 것을 알고는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14번 환자가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환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14번 환자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바로 자신인 것을 알고 죄책감에 시달렸고, 간호사들에게는 “퇴원하고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A 씨는 “아직까지 남편을 욕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메르스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증세가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서울병원을 돌아다녀 병을 더 퍼뜨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잠깐씩 나가 있었던 것이지, 일부러 돌아다니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장실을 가거나 병상 정리가 필요해서 잠깐씩 왔다 갔다 한 것이지 힘이 넘쳐서 일부러 돌아다닌 게 아니다”며 “마스크도 일부러 착용을 안 한 게 아니라 숨이 가쁘다 보니 계속 착용하고 있는 게 힘들어서 벗었던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A 씨는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가 발생된 게 빨리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아쉬워했다. 그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가 나왔다는 게 빨리 공개가 됐다면 우리도 더 신속하게 대처했을 것이고, 병원들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겠느냐”며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박성진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