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잉여자금 크게 불어나…경기침체에 지갑 닫은 가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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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가 금융권에 맡긴 돈에서 빌린 돈을 뺀 잉여 자금의 규모가 최근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가계가 돈 씀씀이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1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29조6000억 원으로 작년 4분기(10~12월)의 14조5000억 원에 비해 15조1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1분기(28조8000억 원)와 비교해도 8000억 원 많은 규모로 새 국제기준(2008 SNA)을 적용해 자금순환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자금잉여는 예금, 보험, 주식·채권 투자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금융회사로부터 차임한 돈(자금조달)을 뺀 것이다. 즉 자금잉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바로 쓰지 않고 금융회사에 쌓아뒀다는 뜻이다. 자금운용 규모는 지난해 1분기 35조4000억 원이었지만 1년 뒤인 올 1분기에는 43조7000억 원으로 8조3000억 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가계소득이 증가하면서 가계가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하는 돈이 많아졌다”며 “계절적인 요인으로 금융권 차입이 연초에 줄어든 것도 가계의 자금잉여가 많아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소득은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국민총소득(GNI)이 크게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실질 GNI는 전 분기 대비 4.2% 증가하며 5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소득 증가와 별개로 가계의 씀씀이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1분기 민간 소비는 전 분기 대비 0.6% 증가에 그치며 여전히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가계소비 위축의 여파로 올 1분기 총저축률은 36.5%까지 상승해 1분기 기준으로 1998년(40.6%)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였다. 총저축률은 국민들이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안 쓰고 남긴 소득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경기침체 시기의 저축률 증가는 소비심리가 크게 둔화될 때 주로 발생한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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