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국가대표’ 이근호 “지금 대표팀 생각하는 건 사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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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표팀을 생각하는 건 사치죠.”

한 때 축구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이근호(30·카타르 엘자이시)에게 2014년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해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생애 첫 월드컵 득점을 올려 주가를 한껏 높였다. 월드컵이 끝난 후 K리그 상주로 돌아온 이근호는 국내 축구 인기 몰이의 주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진출한 카타르 무대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18경기 2골로 초라했다. 후반기에는 주전 경쟁에서도 밀렸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했지만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체제에서 이근호라는 이름은 지워졌다. 이근호의 자리는 이용재(나가사키)와 이정협(상주)이 꿰찼다.

지난 1년 사이에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었던 이근호는 23일 장애 어린이 지원단체인 푸르메재단의 홍보이사로 위촉된 뒤 대표팀 선수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로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봤다. “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이보다 못할 수 없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실력이 모자랐고 내 스스로에게 안일했다.”

대표팀에서 잊혀진 아쉬움이 클 법도 하지만 이근호는 그동안 자신이 받은 팬들의 사랑을 사회에 보답하는 데 소매를 걷어붙였다. 카타르 시즌 종료 후 이근호는 귀국해 장애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에 4000만 원을 내놓았다. 프로축구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재활 중인 후배 신영록(전 제주)에게도 1000만 원을 쾌척했다. 이근호는 “나도 무명에서 운 좋게 대표 선수가 되고 운 좋게 월드컵도 나갔다”며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분들을 생각하면서 겸손하게 명예 회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달 중순 카타르로 출국하는 이근호는 다음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주전 경쟁을 즐기기로 했다. 이근호는 “최근 K리그를 보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 K리그에서 있었으면 더 힘들 뻔 했다. 그래서 올 시즌 카타르에서 어떻게든 승부를 걸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호는 2018러시아 월드컵은 당분간 머리에서 지우기로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자는 생각이다. 이근호는 “아직은 멀었다. 월드컵까지 남은 3년 동안은 여전히 펄펄 뛸 나이다. 현재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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