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의약]활동성 보균자, 자각 증상 없다고 치료 끊는 건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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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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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 치료

순천한국병원 내과 박혁 원장
순천한국병원 내과 박혁 원장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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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며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1990년대 후반 경구용 치료제가 발매되면서 B형 간염 치료는 크게 발전했다.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되면서 간경화나 간암으로의 진행도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후 만성 B형 간염 치료는 또 다른 과제에 부딪힌다. 한 번에 완치되지 않는 질환의 특성상 오랜 기간의 약물 투여가 필요한데, 치료한 지 몇 년이 지나면 해당 약물에 환자들이 내성을 가져 치료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문제는 2000년대 후반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해결점을 찾는다.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는 내성 발현율을 크게 낮췄고, 특히 아시아 환자만을 따로 분석한 연구에서 6년 치료 시 내성 발현율이 0%에 가까웠다.

임상연구가 아닌 실제 치료 환경에서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었다는 점도 B형 간염의 치료 효과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선별된 환자군만 대상으로 하는 연구인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RCT) 데이터와 달리 실제 진료실에서의 데이터에는 동반 질환이 있거나 연령이 많은 환자가 포함돼 있고, 순응도 역시 현실적으로 잘 반영돼있기 때문이다.

만성 B형 간염은 더는 치료가 어려운 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일상 생활이 가능한 병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관심에서 아직은 멀리 떨어져 있다.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B형 간염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약 3%인 152만 명으로 추산되며, 현재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고 있는 B형 간염 환자는 약 30만 명이다. 그만큼 B형 간염이 여전히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질환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간경변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항바이러스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활동성 보균자 시기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게 될 경우 비활동성 전환에 장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치료를 꾸준히 이어 가야 한다. 자각 증상이 없다고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바이러스 돌파 현상이 발생하므로 금물이다. 비활동성 보균자도 재활성화 가능성이 약 20%이므로 최소 6개월 간격으로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물론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감염 위험이 있거나 감염이 의심될 때는 검사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보유자의 가족이나 보유자와 성접촉을 가지는 사람, 혈액을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제 그 수는 크게 줄었지만 수직 감염도 B형 간염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산모의 신생아는 출생 직후 예방접종을 받으면 대부분 수직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B형 간염 바이러스 역가가 높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예방접종을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임신 후반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순천한국병원 내과 박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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