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의약]복제약 영업전쟁 넘어서 新藥R&D에서 살 길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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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출·연구개발로 위기극복 나선 제약업체들

“너무 현실에 안주해왔다. 수익성보단 경쟁력을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한 중견 제약업체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제약 시장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사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눈앞의 수익을 좇아 제네릭(복제약) 위주로 ‘영업 전쟁’을 펼쳐 왔다.

경기 안산시에 있는 보령제약 공장에서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의 생산을 담당하는 직원이 약의 생산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카나브는 현재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 국에 진출해 있다. 보령제약 제공
경기 안산시에 있는 보령제약 공장에서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의 생산을 담당하는 직원이 약의 생산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카나브는 현재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 국에 진출해 있다. 보령제약 제공
내수시장 부진 해외 수출로 극복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약업체들이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고, 적극적으로 해외 수출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이달 초 제약기업들의 지난해 실적과 정부의 신약 연구개발 지원 정책 등을 담은 ‘한국제약협회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제약과 관련된 대기업 41곳과 중소기업 40곳의 지난해 경영 성과를 종합 분석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는 제약업체들이 최근 내수시장의 부진을 해외 수출로 극복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는 최근 5년간 19조 원 대에 머무는 등 답보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제약기업들의 지난해 성적은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 상장 제약기업(81개)의 지난해 매출액은 12조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2.6% 늘었다. 2012년 약가 인하 영향으로 최저 성장을 기록한 뒤 다시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매출 증가 기업도 66곳(81.5%)으로 전반적으로 개별 기업의 매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제약업체들의 매출 증가는 해외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몇몇 업체들이 해외 업체와 수출 계약을 체결해 성적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내수시장의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 효과를 봤다는 뜻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4년 의약품 등 생산실적 보도자료’를 보면 국내 제약업체들의 해외 수출은 2010년 1조7810억 원에서 2012년 2조3409억 원, 지난해 2조5442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상장 제약회사들의 지난해 수출액은 1조8000억 원으로, 이들의 수출액 역시 최근 3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출 비중도 지난해 14.3%로 2010년(10.6%)보다 3.7%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9월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유맥스 뮤지엄에서 무노즈 카르도나 과달라하라 대학 교수(의학)가 중남미 국가의 제약 관계자들에게 ‘카나브’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보령제약 제공
지난해 9월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유맥스 뮤지엄에서 무노즈 카르도나 과달라하라 대학 교수(의학)가 중남미 국가의 제약 관계자들에게 ‘카나브’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보령제약 제공
성과 나오자 용기 얻은 제약업체들

최근의 해외 수출 증가는 국내 제약업체들이 개발한 신약 덕분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와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 등 연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신약이 하나둘씩 등장해 왔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브라질의 아셰와 놀텍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올 3월 미국 일라이릴리와 7800억 원 규모의 신약(면역질환 치료제) 기술판권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또 이달 8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현재 개발 중인, 한 달에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당뇨 신약 등의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회사가 연구개발을 통해 허가받은 신약은 총 25개다. 이 중 10개가 2011년 이후 허가를 획득했는데 올해에만 4개의 신약이 탄생했다.

이렇게 가시적 성과가 나오자 제약업체들도 연구개발(R&D)비를 늘리며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들의 연구개발비는 2009년 7868억 원에서 2011년 9803억 원, 2013년 1조2388억 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미약품, 셀트리온, 동아에스티, 녹십자, LG생명과학 등이 R&D 비중을 크게 늘렸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몇몇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다 보니 뒤따르는 업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약업체들의 판관비(판매·관리비) 명세에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제약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율은 2010년 36%에서 지난해 34%로 2%포인트가량 줄어들었다. 그런데 판관비 중에서 연구비가 포함된 ‘기타판매비와관리비’의 비중은 2010년 15.9%에서 지난해 22.9%로 7%포인트가 늘었다. 그만큼 업체들이 영업에 쓰던 마케팅 비용을 연구비 쪽에 더 할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도 수출 뒷받침

정부도 제약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까지 제약 R&D의 기술수준을 선진국의 7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전 세계 제약 시장(1000조 원)의 1.5% 수준인 시장 점유율도 3.9%까지 올릴 계획이다. 올해 복지부의 전체 R&D 예산은 지난해보다 502억 원 늘어난 4615억 원에 이른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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