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파괴’ 살인 낮술 트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여수서 사고 일가족 3명 사상

1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음주운전자가 몰던 22t 트럭(원 안)이 앞서 가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장면. 트럭에 가려 승용차는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여수경찰서 제공
1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음주운전자가 몰던 22t 트럭(원 안)이 앞서 가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장면. 트럭에 가려 승용차는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여수경찰서 제공
19일 오후 5시 45분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해산 나들목(IC) 인근 4차로 자동차 전용도로.

A 씨(39)가 몰던 22t 트럭이 여수에서 순천 방향 내리막길 도로를 좌우로 오락가락 불안하게 질주했다. 전조등을 켜고 갈지자로 달리던 트럭은 갑자기 2차로에서 1차로로 끼어들면서 앞에서 서행하고 있던 B 씨(34)의 아반떼 승용차 오른쪽 후미를 들이받았다.

트럭은 아반떼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급하게 오른쪽으로 진로를 변경해 3차로에서 달리던 스타렉스 승합차의 왼쪽 차체를 스치듯 긁었다. 트럭은 다시 왼쪽 1차로로 진행 방향을 급히 변경했다. 그러면서 첫 추돌 사고 충격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멈춰 서 있던 아반떼 승용차를 또다시 추돌했다. 트럭이 아반떼 승용차를 91m 정도 밀고 가면서 도로 바닥에는 시커먼 타이어 자국이 남았다.

아반떼 승용차에는 운전자 B 씨와 그의 아내(32) 딸(2) 등이 타고 있었다. 사고 당시 B 씨의 아내는 뒷좌석에서 어린 딸을 꼭 껴안고 있었다. 영업사원인 B 씨는 19일 아침 여수로 출장을 가는 길에 바다가 보고 싶다는 가족을 데리고 갔다가 함께 광주 집으로 귀가하던 길이었다.

사고 직후 B 씨는 여수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B 씨는 19일 오후 7시경 병실에서 정신을 차린 직후 경찰관에게 “딸의 상태는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미 아내와 딸은 사고 직후 숨진 상태였다. B 씨는 22일 치러진 아내와 딸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느닷없이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한 B 씨는 광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대낮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일가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경찰이 사고 직후 A 씨를 상대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0.163%로 만취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9일 오전 9시 여수화물터미널에서 짐을 내리고 오후 6시 전남 순천에서 화물을 싣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여수에서 짐을 내린 후 그는 한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혼자 반주로 소주 1병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음주량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음주운전은 한 가정을 파괴한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가정파괴#낮술#트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