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成회장, 현금 액수 따라 포장방식 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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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미만은 B5 서류봉투… 1억은 신문지로 싼뒤 쇼핑백에
1억 이상은 커피믹스 상자 이용

‘액수가 적으면 서류봉투, 3000만 원 이상은 쇼핑백 혹은 음료수 상자….’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현금 전달 공식이다. 포장 방식이 구체적이고 정확하다면 재판 과정에서 금품 전달 주장의 진위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그동안 이 부분을 세밀하게 검증해왔다. 검찰은 금품 전달에 관여한 경남기업 관계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건넸다는 1억 원은 신문지로 1차 포장한 뒤 쇼핑백에,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줬다는 3000만 원은 그냥 쇼핑백에 담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에게는 3000만 원 안팎을 몇차례에 나눠 서류봉투에 담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확인 중이다.

수사팀은 한모 전 재무담당 부사장과 전모 전 상무 등 경남기업 관계자에게서 이런 방식이 회사 내부의 암묵적인 ‘룰’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액수가 적은 경우 정장 안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봉투를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편지봉투보다는 B5 또는 A4 용지 크기의 서류봉투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백에 담을 때는 액수가 많으면 신문지로 1차 포장을 했으며, 1억 원 이상은 일회용 커피믹스나 음료수 상자 등에 담을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금품을 포장하는 특정한 공식까지 형성됐다는 건 그만큼 성 회장이 빈번하게 뭉칫돈을 누군가에게 건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사팀이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성 회장 측에서 빠져나간 돈과 관련해 여야 정치인 수사 대상을 확대한 건 처벌보다는 특별검사 도입에 대비한 확인 차원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초 수사팀이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 전후 성 회장의 자금 흐름에 주목해오다가 이 시기에 인출된 비자금의 총합이 의혹 액수에 못 미치는 1억8000만 원가량으로 분석되자 같은 해 4월 총선거 전후로 초점을 옮긴 것도 이 같은 맥락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훑었던 볏단을 다시 탈곡기에 넣고 돌리듯 ‘알갱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액수#현금#포장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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