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질본 개편… 땜질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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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산하에 두고 조직 일부 손질… “독립시켜 지휘권 강화해야” 목소리

제2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막기 위해 국가 방역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 조직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에 전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현 체제를 유지한 채 부분적으로만 조직을 개편하는 안이어서 근본적 처방보다는 땜질식 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공중보건 위기 대비 조직역량 강화안’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현 질병관리본부를 질병예방통제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현 체제(3센터)를 4부 1센터 체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부를 신설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 체제와 기능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메르스 사태에서 문제가 된 ‘병원 내 감염’을 전담 관리할 부서도 없다.

더욱이 몇몇 과를 신설하는 수준의 개편안이 질병관리본부의 근본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를 복지부 산하에 그대로 둘 경우 위기 상황에서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 실패는 전문가 그룹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시스템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이 실장급이어서 각 부처의 역할을 조정하며 선제적 초기 방역을 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을 지휘해야 할 질병관리본부장이 충북 청주시 오송읍 본부 상황실보다는 서울 충정로의 장관 집무실, 세종시 복지부 청사, 국회 등을 오가며 상부 보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김문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질병관리본부가 복지부로부터 독립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개혁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질병관리본부의 외청 독립 등 근본적인 개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개편안은 향후 행정자치부, 청와대와의 조율 과정에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편안은 장관 보고 후 내부 보완 중이다. 향후 정부조직법 수정 등 국회 논의가 필요할지, 정부 내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메르스#땜질#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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