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민동용]국회의 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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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 정치부 차장
민동용 정치부 차장
지난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취임한 뒤 국회의사당의 안전(보안) 대책은 강화됐다. 출입증만 보여주면 의사당 본관 출입이 가능했던 일은 옛말이 됐다.

지금은 먼저 들고 있는 가방이나 짐을 화물 X선 검색대 컨베이어벨트에 놓고 통과시켜야 한다. 공항에 설치된 것과 똑같은 기종으로 보인다. 검색 모니터에 흉기나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이 보였다면 일단 멈춰야 한다. 가방이나 짐에 이상이 없다고 확인되면 몸은 문틀 모양의 금속탐지대를 지나야 한다. 역시 둔기가 될 만한 금속이 있다면 “삐” 소리가 난다. 거기를 지나면 마지막으로 지하철 개찰구 같은 기계에 출입증을 대고 “띵” 소리와 함께 가로대가 열려야 의사당에 들어갈 수 있다.

국회에 따르면 원래는 개인별로 갖고 있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컴퓨터까지 꺼내 놓도록 했다. 출입구마다 공항세관에서나 등장하는 플라스틱 바구니까지 십여 개 마련했다. 그러나 어디서 반발이 있었는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이달 중순에는 발열현상을 보이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도록 입구 옆에 적외선 열감지기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이런 복잡한 절차가 생겼음에도 국회의원은 예외다. 수행원이 들고 있는 짐도 무사통과다. 의원들은 ‘메르스도 비켜갈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적외선 열감지기를 지나지 않아도 된다. 국회의 안전이란 곧 의원의 안전을 뜻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란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은 적어도 의사당 안에서는 뜻하지 않은 폭력이나 테러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 의장이나 국회 사무총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 헌정사에서 국회 내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대부분 의원들이었다는 점이다. 똥물을 단상에 퍼붓거나, 닫힌 상임위원회 회의장 문을 해머로 부수거나, 국회의장실 테이블을 박차고 오르거나, 방호원의 뺨을 때리거나, 넥타이를 잡아당겨 다른 의원의 목을 조르거나, 본회의 도중 최루탄을 터뜨린 이는 죄다 현역 의원이었다. 그러니 국회, 즉 의원의 안전을 진정 도모하려 했다면 사실 의원들을 가장 경계해야 맞다.

누구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의사당 내부의 안전을 도모하는 만큼 국회 경내를 거니는 보행인, 즉 국민의 안전도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경내 도로를 다니는 차량은 시속 30km의 속도 제한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지키는 차량은 절반 정도다. 출근 시간 택시들은 경주하듯 시속 50km를 훌쩍 넘는다. 또 오전 회의에 늦었는지, 점심 약속시간이 급한지 의원들의 차량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의원 차량 표지를 차 앞 유리에 부착한 고급차들이 급정거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적외선 열감지기까지 설치하는 세심함이라면 국회 경내에서 차량이 시속 30km 이하로 달리게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소한 일 같다고? 사소한 일은 흔히 원칙이라 불린다. 그걸 지키지 않아 세월호 참사도 일어났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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