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18일 개봉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그리고 4일 개봉한 ‘령, 저주받은 사진’은 모두 10대 소녀가 주인공이다. ‘궁합도 안 본다’는 공포영화와 소녀의 조합이건만 세 영화 모두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겉으로는 공포영화인 척하지만 실은 다른 장르에 양다리를 걸치며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것. 세 영화의 주인공들을 불러 모아 그 이유를 물었다.
―공포영화 전통의 강자인 소녀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란(‘경성학교’)=아, 안녕? 난 주란이야. 몸이 아파서 요양을 할 수 있는 경성 근처 기숙학교로 전학을 왔지. 근데 학교가 좀 이상해. 선생님도 무섭고, 친구들이 자꾸 갑자기 사라져. 거기다 건강 때문에 주사를 맞고 있는데 몸이 자꾸 이상해. 무, 무서워….
▽아야(‘령’)=너 나랑 비슷한 일을 겪었구나. 나도 기숙학교에 다니는데 내가 방에 틀어박혀 있는 사이 친구들이 하나씩 실종되기 시작했어. 그게 다 내 사진에 걸린 저주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데, 난 영문을 모르는 일이라고.
▽그 소녀(‘밤을 걷는…’)=난 ‘악의 도시’에 살고 있는 ‘그 소녀(the girl)’, 뱀파이어야. 차도르를 입고 있어서 언뜻 이란 출신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국 태생이지. 혼자 잘 살고 있지만 먹잇감을 찾아 밤거리를 걷다 보면 문득 쓸쓸하기도 해.
―세 분 모두 굉장히 아름다우신데요. 공포영화 주인공은 원래 목도 좀 꺾이고 갑자기 TV에서 기어 나오면서 사람들 겁을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아야=그건 ‘주온’ ‘링’ 시리즈 제작사인 일본 가도카와픽처스 출신인 내가 설명할게. 나온 지 10년이 넘은 ‘주온’ 식의 공포 분위기는 이제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아. 익숙해서 충격적이지 않거든. 차라리 나처럼 미모로 승부하는 게 나아.
▽주란=공포영화 관객은 우리 또래의 여자들이 많잖아. 그러니까 예쁜 소품, 아름다운 화면들로 눈길을 사로잡는 거지. 어딘가 불안정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도 중요해.
▽그 소녀=2008년 나보다 어린 뱀파이어 여자애가 나왔던 영화 ‘렛미인’ 알아? 그런 감성적인 공포물이 이미 그때 나왔어. 근데, 지금 여기 둘이랑 날 비교하는 거야? 난 훨씬 특별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진한 아이라인을 즐기지. ‘남친’이 있는 것도 나뿐이잖아? 나 원래 과묵한데 흥분하게 만드네.
―진정하시고요. 그런 세 분께 ‘이건 배신이다’ ‘공포영화가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소녀=무섭기만 한 공포영화는 촌스러워. 공포영화처럼 인간의 극단적인 감정을 보여주기 좋은 장르도 없어. 담을 주제도 무궁무진하고, 표현 범위도 넓기 때문에 다른 장르랑 잘 어울린다고. 난 하이틴 로맨스에 서부극까지 이것저것 섞었는데도 꽤 괜찮잖아?
▽아야=어쩔 수 없어.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안 보니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거지. 근데 나처럼 예쁜 애가 예쁜 교복 입고 나오는데 겨우 3만5000명 정도 봤다더라. 우린 이제 정말 안 되는 걸까? 아, 다시 방에 틀어박힐까봐.
▽주란=우린 사정이 좀 낫다. 지난주에 개봉했는데 25만 명이 넘게 봤대. 10, 20대 여자들이 많이 본다고 해. 근데, 저기, 나, 몸이 자꾸 뜨거워. 관객 수 얘길 들으니까 갑자기 막 화가 나면서 힘이 생기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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