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남구의 차분한 ‘메르스 대응’ 돋보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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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환자 발생후 대책본부 구성… 전화상담-방역 등 신속 지원
환경 가꾸기 등 행정신뢰 바탕… 주민들 격려편지-응원 이어져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대구 남구보건소 직원들이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적어 보낸 중학생들의 편지를 읽고 있다. 대구 남구 제공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대구 남구보건소 직원들이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적어 보낸 중학생들의 편지를 읽고 있다. 대구 남구 제공
“매일 야근이지만 피곤한 줄 모릅니다.”

대구 남구보건소에는 최근 도시락과 과일 음료 빵 등 격려품이 잇달아 도착하고 있다. 중학생들이 쓴 ‘응원 편지’ 20여 통도 왔다. 이상희 소장은 “대구의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이후 처음에는 원망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지금은 응원하는 분위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남구보건소 직원 30여 명은 16일 첫 환자 발생 이후 철야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메르스 의심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하루 평균 100∼200여 명 찾는다. 간호사 이모 씨(42)는 “대부분 조금만 이상 증세가 나타나도 보건소를 찾는다. 주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상담하는 것도 중요한 방역 업무”라고 말했다.

남구가 메르스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행정 신뢰도 조금씩 회복하는 분위기다. 남구는 임병헌 구청장을 본부장으로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구성해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하루 10여 통이던 전화 상담이 500여 통으로 늘었다. 직원들은 끼니때마다 2, 3명씩 번갈아가며 식사를 해결한다. 안내전화를 받는 한 직원은 “처음 며칠 동안 항의전화가 몇 분 간격으로 쏟아지면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함께 이겨내자’는 격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은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거의 매일 한다. 보건소 업무가 과중돼 위생과가 주로 맡고 있다. 청소용 차량도 지원에 나섰다. 경로당을 비롯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시장 등 100여 곳에 방역을 실시했다. 이규남 위생과장은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바이러스 퇴치에 효과가 있는 약품을 확진환자가 발생한 동네와 인근에 매일 뿌리고 있다. 주민이 방역 소독을 요청하는 곳은 바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자가 격리 대상자 70여 명도 차츰 안정을 찾고 있다. 일대일 관리 담당자가 수시로 위로를 하고 안부를 물으면서 불편 해소 중심의 분위기가 적극적 협조로 바뀌었다. 필요한 생필품을 사서 배달하는 일도 익숙해졌다. 금용순 평생교육지원계장은 “확진환자가 들렀던 식당 여주인과 자녀 등 다섯 식구를 챙기고 있는데 다행히 모두 건강하고 격리 조치도 잘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의 차분한 메르스 대응력은 주민들의 행정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남구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대구시의 청소행정종합평가 1위를 차지하는 등 도시 환경 가꾸기로 주민 신뢰를 높였다. 쾌적한 환경 조성 덕분에 주민 스스로 동네 청소봉사단을 구성하고 캠페인을 벌일 만큼 호응도 높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환경 매뉴얼이 메르스 방역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구청장은 “첫 확진환자가 건강을 회복해 곧 퇴원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를 잘 극복해 쾌적한 남구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메르스#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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