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스타’와 함께 스케이트를…꿈나무 청소년들이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22시 24분


코멘트
22일 서울 노원구 화랑로 태릉국제스케이트장. 경기도 구리(햇빛학교) 및 남양주(제자들꿈터) 지역아동센터 80여 명의 남녀 초등학생들은 함박웃음을 지며 스케이트를 탔다. 아이들 옆에는 ‘빙상스타’ 이규혁 서울시청 코치(37)와 ‘쇼트트랙 스타’ 박승희(23·화성시청)가 있었다.

국민생활체육회(생체회)가 2009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행복나눔 스포츠교실(이하 행복나눔) 빙상교실이었다. 이규혁과 박승희는 1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바른 자세를 잡아주면서 함께 스케이트를 탔다. 빙상 교실을 마친 뒤에는 아이들에게 사인도 해줬다.

행복나눔은 평소 스포츠를 잘 접할 수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스포츠로 꿈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시설과 지역아동 센터, 저소득층, 장애인 아동들이 대상이다. 2009년 8개 종목에서 820명이 혜택을 봤는데 2013년 20개 종목으로 확대돼 올해는 전국 346개 경기장에서 8460명의 아이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생체회가 전 국민의 ‘7330화’를 추진하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소외계층 특별 목적사업이다. 연간 10~20회의 기회밖에 주지 못하지만 이를 계기로 계속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로 꿈을 키울 기회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다.

빙상은 행복나눔 첫해부터 계속 해온 스포츠다. 한국이 쇼트트랙 강국인데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세계무대를 평정하면서 인기가 높아져 인기가 높다. 올해는 전국 18개 빙상경기장에서 440명의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를 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올림픽 6회 출전의 위업을 달성한 ‘전설’인 이 코치는 첫해부터 사인회를 시작으로 재능기부에 나섰다. 선수 시절엔 훈련과 대회 출전을 피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했고 지난해 은퇴한 뒤부터는 계속 참여하고 있다.

이 코치는 “빙상의 인기가 높아진 것 같지만 실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국 40개 빙상경기장에서 선수와 일부 동호인들만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스케이트를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묘미를 전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서라도 이런 프로그램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는 “전 국민들이 스케이트를 탈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길 기회를 준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경기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아버지 어머니 동생까지 스케이트를 탄 빙상 가족 출신이다. 특히 어머니 이인숙 씨(56)는 국민생활체육 전국빙상연합회 회장으로 빙상 보급에 힘을 보탰다. 이 코치는 이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빙상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올해부터는 전국빙상연합회 회장에 선출돼 본격적으로 빙상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이 코치는 빙상 저변확대를 위해 스타 선수들의 재능 기부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희는 “처음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너무 좋아해 즐거웠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째 빙상교실에 참가하고 있는 고성문 군(경기 남양주 천마초 4학년)은 “이규혁 아저씨랑 처음 스케이트를 탔는데 자상하게 잘 알려줘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엔 스케이트가 무서웠는데 타는 방법을 배운 뒤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젠 스케이트가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이해철 남양주지역아동센터협의회 회장(48)은 “스포츠에 참여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이어서 이 프로그램을 매년 기다린다.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밝아지고 대인관계도 활발해져 교육적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