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명함-출입증-송금까지… 中은 ‘위챗천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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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영·산업부
곽도영·산업부
텐센트가 개발한 ‘위챗(WeChat)’은 현재 한 달 5억4900만 명이 이용하는 중국 대표 모바일 메신저입니다. 흔히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상하이 현지에서 만난 위챗은 단순히 카카오톡과 같은 텍스트 메신저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대화·업무·쇼핑·송금·음성통화 등 모든 서비스를 위챗으로 대신하는 중국은 이미 ‘위챗 천하’로 변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달 초 방문한 중국 최대 스타트업 축제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5’ 현장에서 이미 종이 명함은 낡은 형식 취급을 받았습니다. 명함을 내밀자 많은 현지 관계자들은 QR코드가 떠 있는 스마트폰 위챗 화면을 내밀었습니다. 제품이나 기업 소개 팸플릿을 가득 안고 다니던 기자와 달리 대부분의 방문객은 부스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었습니다.

위챗의 로고인 초록색 말풍선이 붙은 QR코드를 찍으면 곧바로 위챗 앱에 대화창처럼 정보가 뜨고 저장되는 것입니다. 현지 관계자는 “요즘엔 많은 기업 사람들이 위챗으로 명함을 대신하기도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출입문 보안이나 출퇴근 기록도 위챗 QR코드로 대체되고 있었습니다. 출입문 옆에 있는 QR코드를 미리 등록된 스마트폰으로 읽으면 문이 열리는 식입니다. 출장 관련 업무나 인터뷰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메일을 보내면 중국 현지 측에서 “이메일은 번거로우니 위챗으로 물어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위챗 계정과 비밀번호 6자리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위챗페이도 중국에선 일상적입니다.

위챗은 또한 음성 메신저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중국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거리에선 스마트폰을 들고 걸어가며 누군가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듣거나, ‘녹음’ 버튼을 누르고 말을 하고 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위챗에서는 대화 입력창 바로 옆에 음성메시지 녹음을 시작할 수 있는 마이크 버튼이 붙어 있습니다. “글자가 복잡해 타이핑이 어려운 중국인들은 이미 위챗을 음성 메신저처럼 사용하는 게 보편적”이라고 현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웹 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메신저 등 기능을 모두 차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위챗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었던 카카오톡과 라인 등의 현지 접속이 일시적으로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들 해외 서비스는 초기 시장 진입세가 꺾인 이후에도 현지에서 수시로 서비스 장애가 있는 통에 중국에서 위챗의 기세는 등등합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자국 산업 울타리’ 정책이 중국에서의 위챗 천하를 가속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위챗#송금#텐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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