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름휴가도 메르스 여파…‘방콕형’ 등 세 가지 유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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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로 여름휴가 계획을 짜고 있던 직장인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과 구글 설문 등을 통해 직장인들의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분석한 결과 크게 △해외도피형 △국내여행형 △방콕형(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방식)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해외도피형은 메르스가 발병하지 않은 국가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일단 해외로 출국한 뒤 국내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려보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회사원 이모 씨(29)는 다음달 3일 아내가 근무하고 있는 일본 도쿄로 휴가를 갈 계획이다. 당초 아내가 한국으로 들어와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지만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급히 수정했다. 이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내가 한국으로 들어와 친정과 시댁을 방문하며 휴가를 보냈지만 올해는 내가 먼저 일본으로 가겠다고 말했다”며 “일본에 머물면서 메르스 사태 변화를 지켜볼 계획이며 상황에 따라 휴가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살 된 딸이 있는 회사원 김모 씨(35)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면역력이 약한 딸의 외출을 금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딸이) 바깥 공기를 쐬지 못해 답답해하는 것 같아 메르스 걱정이 없는 해외로 휴가를 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국, 홍콩 등 인접국이 한국인 여행객에 대한 철저한 메르스 검역에 나섰다는 소식에 불만을 품은 직장인들은 국내 ‘청정 지역’을 찾아 여행을 할 계획이다. ‘국내 여행형’ 휴가 계획자인 교사 박모 씨(29)는 “가족들과 홍콩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지만 한국인에게 발열 검사를 강화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바꿨다. 메르스 여파로 한국인들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할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학교에 휴가 계획을 제출 한 뒤 메르스 감염 소식이 없는 국내 여행지를 찾아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그는 “정부의 메르스 확진 환자 발표를 지켜본 뒤 행선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해외·국내 여행이 모두 불편한 직장인들은 자택에서 홀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콕형 휴가’를 준비 중이다. 통상 이런 유형은 육아부담이 큰 직장인들에게서 나타나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미혼인 직장인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년차 직장인으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권모 씨(26)는 “여름휴가로 3일을 사용할 수 있다.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 있을 계획”이라며 “여행을 가서 메르스에 걸리면 회사에 눈치가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 종사자인 황모 씨(33)는 “고향이 경기 평택시인데 부모님께서 (휴가 때) 찾아오지 말라고 하셨다”며 “자취방에서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며 쉴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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