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2세 스피스, US오픈 최연소 메이저 2승…역대 6번째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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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와 패자를 가른 거리는 불과 120cm 남짓이었다. 퍼팅 하나가 누군가에는 짜릿한 환희를 전달한 반면 다른 누군가에는 쓰라린 고통을 안겼다.

제115회 US오픈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마지막 날 18번 홀(파5)에서 결판이 났다. 공동 선두였던 조던 스피스(22·미국)는 이 홀에서 284야드를 남기고 투 온에 성공한 뒤 4.8m 이글 퍼트는 놓쳤지만 탭 인 버디로 1타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스피스의 다음 조였던 장타자 더스틴 존슨(31·미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폭발적인 드라이버 티샷을 353야드나 보낸 뒤 스피스보다 37야드나 짧게 남긴 247야드를 5번 아이언으로 공략해 핀 3.7m 지점에 공을 떨어뜨렸다. 이글이면 우승, 버디면 스피스와 동타가 돼 다음날 18홀 연장전을 벌일 상황이었다. 하지만 존슨의 이글 퍼팅은 컵을 스쳐지나 1.2m를 지나간 뒤 버디 퍼트마저 컵 왼쪽으로 빗나갔다. 존슨이 3퍼트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승리는 스피스에게 돌아갔다.

스피스는 22일 미국 워싱턴 주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체임버스베이골프장(파70)에서 끝난 이번 대회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로 존슨과 루이 우스티히즌(남아공) 1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스피스는 4월 마스터스 이후 메이저 타이틀을 연이어 안았다. 한 해에 마스터스와 US오픈의 연속 제패는 2002년 타이거 우즈 이후 13년 만이며 역대 6번째다. 만 22세 생일 이전에 메이저 2승을 거둔 선수는 1922년 진 사라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만 21세 10개월 25일을 맞은 스피스는 1923년 보비 존스(21세 3개월 29일)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이 대회 트로피를 안았다. 우승 상금은 180만 달러. 스피스는 “연장에라도 가기를 바랐는데 우승이라니 너무 놀랐다. 충격적이다. 존슨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16번 홀에서 8.2m 버디 퍼트을 넣어 3타차 선두에 나섰던 스피스는 17번홀(파3)에서 티샷 실수에 3퍼트로 더블보기를 하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화려한 피날레로 마무리했다.

이제 스피스는 해에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휩쓰는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골프 역사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1930년 존스가 유일하게 달성했는데 당시 4대 메이저대회였던 US아마추어,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브리티시아마추어 챔피언십을 휩쓸었다.

대기록의 절반을 채운 스피스는 7월 16일 골프의 성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에서 개막하는 브리티시오픈에서 메이저 3연승 도전에 나선다.

스피스의 전담 캐디 마이클 그렐러는 이번 대회가 열린 지역 출신의 전직 수학 교사로 여름 방학이면 같은 코스에서 파트타임 캐디로 일했었다. 2년 전 결혼도 이 코스에서 스피스가 참석한 가운데 했던 인연을 살려 정상 등극의 특급 도우미가 됐다.

이번 대회 1번홀과 18번 홀은 라운드에 따라 파4와 파5로 번갈아 세팅되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스피스는 파4로 조성된 2라운드 18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뒤 “이해할 수 없다”며 푸념을 했지만 파5가 된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행운의 홀로 삼았다.

. 2010년 US오픈과 그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 문턱에 있다 무너졌던 존슨은 이날 3m 이내의 거리에서 8차례나 퍼트를 놓치면서 메이저대회와의 악연에 허덕였다. 존슨은 예비 장인인 빙판의 제왕 웨인 그레츠키와 약혼녀 폴리나, 1월에 낳은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정적인 우승 기회를 날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는 공동 9위(이븐파)로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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