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北中러 접경지 잠재력에 주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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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러시아 극동 연해주 남부 하산의 자루비노 항은 현재는 15t 화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소형 크레인만 몇 개 있어 한적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중국의 ‘동해 출해(出海) 전략’이 교차하면서 동북아 물류 허브를 꿈꾸고 있다. 한국의 강원 속초나 동해, 부산 그리고 일본 니가타 등을 잇는 요충지가 되겠다는 것.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최대 항만 운영사인 수마(SUMA) 그룹과 지린 성은 자루비노 항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최근 찾아간 자루비노 항 부두 주변은 콘크리트로 말끔히 포장되어 있었다. 자루비노 항 운영사의 지분 49%를 인수한 중국 ‘동북아시아철도공사’가 투자한 것이다. 이 업체는 70t 화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크레인도 2대 주문해 올해 안에 설치하는 등 부두 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에서 서방의 제재를 당하고 있는 러시아는 극동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입김이 커지는 것이 껄끄럽지만 중국 자본까지 끌어들여 자루비노 항 현대화를 추진하고 나아가 연해주 상당 구역을 자유무역지대로 바꾸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하산과 맞닿은 중국 땅은 지린 성 훈춘 시. 훈춘의 북-중-러 3국 접경지 팡촨(防川)에는 13층(64.8m) 높이의 룽후거(龍虎閣)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이곳 3층에는 훈춘 시가 구상하는 3국 접경지대 ‘무비자 자유관광구역’ 설치 계획이 지도 도표 등과 함께 상세히 소개돼 있다. 북한 나선과 하산, 훈춘의 팡촨 등 3국 접경 지역에서 각각 10km²씩을 떼서 ‘무비자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선족인 조현호 훈춘 시 부시장은 “연해주와 나선시 모두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관광구역 설치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중-러 자본을 이용한 나진항 개발, 연해주와 연결되는 철도 개보수, 훈춘과의 제2 두만강대교 공동 건설 등 접경지대 공동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두만강 하구 3국 접경지대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목과도 같은 곳이다. 최근 강원도와 속초시 관계자, 새누리당 양창영 의원, 전문가들이 연해주와 훈춘을 견학하면서 두만강 하구의 북-중-러 3국 협력에 강원도, 나아가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했다.

많은 참석자들은 정부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호는 있지만 이곳을 파고들려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훈춘 나선 하산이 모두 해당 국가에서는 변방이지만 서로 연계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강원도나 속초시도 한국에서는 변방이지만 이곳 개발과 협력에 참여해 동북아 물류 허브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대 구정모 교수(경제학과)는 “강원도가 1994년 ‘환동해권 지방정부 회의’를 조직하는 등 분투하는 것에 비하면 중앙정부로부터는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한국도 중국의 동북 개발 전략, 러시아의 신극동 전략처럼 두만강 3국 접경 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니셔티브든 법안이든, 중앙과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3국 접경지대 협력이 만들어 낼 ‘금(金) 삼각지’의 잠재성을 파악해 참여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산·훈춘에서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팡촨#무비자 관광지#박근혜 정부#유라시아 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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