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회공헌도 브랜드 시대… 한 우물 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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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 타깃의 ‘초등학교 교육기부’ 성공 전략

어린시절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한 광고 가운데 ‘맑은 소리, 고운 소리, ○○피아노’라는 노랫말을 담은 피아노 광고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중독성이 강한 광고였다. 피아노 소리를 구별할 능력은 없지만 막연히 이 광고를 만든 회사의 제품이 더 맑고 고운 소리를 내리라고 생각했다. 경쟁 피아노 회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이만큼 브랜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피아노뿐만 아니다. ‘고향의 맛’ ‘우리의 날개’ 등의 단어를 들었을 때 특정 기업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브랜드가 대중에게 각인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여론 수렴해 사회공헌 분야 선정

브랜드 파워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1984년에 시작된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30년 이상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면서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에도 일반인이 특정 분야 하면 어떤 회사의 이름을 자동으로 떠올릴 만큼 성공한 사회공헌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 할인점업체 타깃이다. 상당수의 미국인은 ‘초등학교 교육기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타깃을 떠올린다. 과연 타깃은 어떻게 ‘초등학교 교육기부’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타깃이 여러 사회공헌 분야 중 초등학교 교육 분야에 주력하기로 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향후 어떤 사회공헌을 하면 좋을지 고객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교육 분야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는 답을 얻었다. 둘째, 학생들이 고교 교육과정을 무사히 끝마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가 살펴봤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읽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고교 중퇴 확률이 4배나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셋째, 타깃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초등학교 교육이야말로 타깃의 신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사회공헌 분야라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에서 이 분야의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하는 기업은 없었다. 타깃은 여유 있게 초등학교 교육 분야를 선점했다.

○ 구매자가 기부할 학교 지정


타깃은 1997년 ‘교육을 책임지겠습니다(take charge of education)’라는 구호를 제정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사회공헌 활동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타깃의 고객은 별도의 ‘타깃 레드카드’를 만든다. 타깃 매장에서 이 카드를 사용하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구매한 금액의 1%를 적립한다. 적립한 돈은 1년에 한 번씩 본인이 지정한 초등학교에 기부된다. 본인의 모교여도 좋고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여도 상관없다. 이익의 1%가 아니고 구매금액의 1%라는 게 중요하다. 내가 10만 원어치 물건을 구매하면 내가 지정한 학교에 1000원이 기부되는 구조다.

타깃의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한 고객들은 기부한 돈이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다른 경쟁 마트에 가는 횟수를 줄이고 타깃을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1997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4년까지 4억 달러(약 4400억 원)가 넘는 돈이 모였다. 2014년 한 해에 모은 금액은 3100만 달러다. 이는 레드카드로 쓴 금액이 31억 달러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이 금액이 8만여 초등학교에 분배됐다.

○ 학교들이 학부모에 가입 권유


홍보 관점에서 바라보자.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들은 어떤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지 지역사회에 알리고 싶어 하지만 적극적으로 알리는 순간에 진정성이 훼손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되, 다 알게 하라’는 말처럼 홍보는 사회공헌의 꽃이다. 많은 기업은 사회공헌을 할 때 비영리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전문성 투명성 등을 고려하면 비영리기관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비영리기관이 알게 모르게 홍보를 해주는 사례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타깃은 비영리기관과 함께하지 않았다. 그럼 누가 홍보를 해줄 수 있을까. 바로 기부를 받는 초등학교에서 알아서 해준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초등학교들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어떤 학교는 현재까지 전달받은 기부액을 알리는 e메일을 학부모에게 보내 프로그램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추가로 자기 돈을 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학교의 요청을 비교적 쉽게 들어줄 수 있다. 당연히 레드카드 발급자가 늘어난다. 타깃의 매출액도 따라서 증가했다. 타깃은 2000년에는 미국 국립학부모교사협회로부터 학교 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기도 했다.

○ 한 우물 파는 한국기업 많아지길

타깃은 ‘초등학교 교육기부’라는 범주 안에 몇 가지 새로운 사회공헌 아이템을 추가로 장착했다. 2007년부터는 학교 도서관을 개·보수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미국마음재단과 타깃에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는 활동이다. 도서관 한 개를 멋지게 꾸미는 데 평균 2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2015년 말이면 200개 이상의 학교가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도서관이 하드웨어라면 독서는 소프트웨어다. 독서의 날이 포함된 3월 첫째 주는 미국에서 독서 캠페인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타깃은 2011년 3월에는 뉴욕 공립도서관 앞에 높이 8m의 조형물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유명 동화작가인 ‘닥터 수스’의 책 2만5000권으로 만들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대중의 눈길을 끄는 강력한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같은 시기에 전국 타깃 매장에서 ‘닥터 수스 스토리 타임’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학부모와 아동을 초청해 타깃 직원들이 책을 읽어주고 작은 선물도 나눠줬다. 고객의 머릿속에는 초등학생 교육을 위한 타깃의 노력이 더욱 깊이 각인됐다.

타깃이 초등학교 교육을 핵심 사회공헌 활동으로 정한 지 20여 년이 돼 간다. 한길을 걸었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업도 벌였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선점 효과도 무척 중요하다. 아직 한국에는 사회공헌 분야의 빈 곳이 많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 고객이 원하는 분야를 선정해서 한 우물을 꾸준히 파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소 자문역 gowmi123@gmail.com

※이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79호(2015년 6월 15일자)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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