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老셰프의 못말리는 록 열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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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1일 일요일 맑음. 쿡 록.
#163 The Rolling Stones ‘Brown Sugar’(1971년)

롤링 스톤스의 ‘Sticky Fingers’ 표지. 실제로 내릴 수 있는 지퍼가 달린 버전도 있다. 앤디 워홀의 아이디어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롤링 스톤스의 ‘Sticky Fingers’ 표지. 실제로 내릴 수 있는 지퍼가 달린 버전도 있다. 앤디 워홀의 아이디어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장뇌삼을 넣은 꿩 콘소메, DMZ 무공해 한우로 만든 스테이크, 고창 치즈 아이스크림, 제주산 백련초 셔벗….’

‘리즈 시절’이란 말이 있다. 최고 호시절. 내게도 있었다. 호텔·레저 담당 기자 시절.

참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돌아다녔지만 가장 특별했던 식사는 2010년, 서울시내 특급호텔이 G20 정상회의를 겨냥한 공식 코스 요리를 개발해 연 시식회에서 먹었다. 위에 열거한 요리들은 그중 극히 일부다.

제일 기억에 남은 셰프도 하나 있다. 그맘때 서울의 한 호텔에 주방장으로 부임한 프랑스인 요리사 M. 그는 1970년대 초, 전설의 록 밴드 롤링 스톤스의 전속요리사였다. 스톤스가 프랑스 남부 넬코트에 빌라를 임차해 명반 ‘Exile on Main St.’(1972년)를 제작하던 때 말이다. M은 “믹 재거, 키스 리처즈…. 멤버들은 기타 들고 해변에 나가 파티 하듯 음악을 만들었다. 그때 빌라에 놀러 온 에릭 클랩턴, 존 레넌도 만났다”고 내게 덤덤히 말했다. 그 경험이 너무도 강렬해 M은 한때 요리사 일을 접고 영국에서 펑크 록 보컬로 활동했다.

M과 며칠 전 SNS로 연락이 닿았다. 그는 이제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에 산다. 모나코와 코르시카의 레스토랑에 이따금 컨설팅하며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이제 그는 68세. 근데 맙소사, 그의 마지막 메시지. “새 밴드 ‘블루스 베거스’ 결성했으니 SNS로 응원 좀 해줘.” 팀명의 ‘베거스’는 분명 스톤스의 음반 ‘Beggars Banquet’에서 따왔을 거다. 못 말리는 셰프 로커!

최근 스톤스의 명반 ‘Sticky Fingers’가 새로 단장해 재발매됐다. 앤디 워홀이 디자인한 좀 야한 표지, 혓바닥 로고가 등장한 첫 앨범으로도 유명한 음반. 이번에 추가된 두 번째 CD엔 미공개 버전이 가득하다. 클랩턴이 기타 연주를 보탠 ‘Brown Sugar’, 어쿠스틱 버전의 ‘Wild Horses’는 원곡과 또 다르게 맛있다. 슈퍼 딜럭스 에디션의 세 번째 CD엔 훌륭한 1971년 리즈 공연 실황이 담겼다. 밴드 더 후의 명반 ‘Live at Leeds’도 있으니, 영국 리즈는 정말 특별한 곳인가 보다.

리즈에 가게 된다면 도르도뉴부터 들르고 싶다. 품격 있는 클래식 대신 떠들썩한 스톤스를 틀어놓고, 스톤스의 뒷이야기를 특제소스로 곁들인 노(老)셰프의 요리를 먹고 싶다. 당장 프랑스로 가고 싶다. 지금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롤링 스톤스#전속요리사#Sticky Fingers#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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