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승일]가뭄, 근본 대책을 논의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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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지난 주말에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지만 강원도는 해갈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까지 한강 유역 강수량은 예년의 55% 수준. 소양강댐은 바닥이 드러나 풀밭이 됐고 서낭나무가 3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을 정도였다. 농작물은 타들어가고 발전 중단과 제한급수 예상까지 나왔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만약 올해 장마와 태풍이 충분한 비를 내려주지 않는다면 내년 가뭄이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란 점이다.

최근 전 세계가 홍수와 가뭄, 폭염과 혹서 등의 이상기후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금까지 오랜 기간 경험해 온 것과는 다른 기후가 대두하고 있다. 가뭄도 이런 이상기후의 한 단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변희룡 부경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38년, 124년 주기로 극심한 가뭄을 겪는데,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38년 주기와 124년 주기가 겹치는 기간이라서 장기적이고 극심한 가뭄이 반복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원인에 대한 분석은 조금씩 다르지만 앞으로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심한 가뭄이 닥칠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가뭄이 들면 양수기를 보급하고, 관정을 개발하는 식의 단기 대책으로는 이 위기를 넘을 수 없다. 이제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수원(水源)과 가뭄 취약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대수로’를 건설해야 한다. 앞으로는 장거리 대규모 이송이 아니면 가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경기 파주시가 임진강 물을 끌어다 대성동에 공급해 모내기를 마치게 한 것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서울∼부산은 428km, 강릉∼인천은 250km가 조금 넘어 대수로 건설이 어렵지만은 않다. 리비아 대수로는 약 4000km로 계획됐고 동아건설이 건설한 1단계만도 1874km에 달한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빅 톰프슨 프로젝트(Big Thompson Project)’는 로키산맥 서부의 콜로라도 강에서 동부의 건조한 지대로 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이었는데 총 수로 연장이 약 400km에 달하는 대사업이었다.

아울러 노후관망도 정비해야 한다. 현재 국내 수도관망 노후로 인해 지하로 새는 물은 매년 6억5000만 m³ 정도다. 1962∼1998년에 건설된 16개 생·공용수 전용 댐의 한 해 평균 용수 공급량이 7억5000만 m³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의 물이 버려지는 것이다. 수돗물을 제한급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노후관망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비합리적이다.

지금까지는 수도요금이 저렴해 하수 처리된 물을 재활용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잘만 활용하면 하수 처리된 물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대체 수원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의 하수 재활용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물이 부족해 하수 처리수를 상수원수와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장기 기상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아무리 댐에 물을 저장해 놓는다 하더라도 호우나 태풍 때는 홍수를 막기 위해 물을 방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상예측이 틀려 태풍이 지나가지 않거나 예상했던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저수지와 댐은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기상예측이 정확할수록 댐과 저수지 수위를 적절하게 운영해 홍수와 가뭄에 대비할 수 있다.

정부는 물 복지를 위한 정책을 얼마나 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에 맞춰 예산을 적절히 지원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장기 가뭄대책은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끝으로, 국민 모두의 자발적인 수요 관리도 절실하다. 이젠 ‘물 쓰듯’ 한다는 관용구를 잊어야 한다. 물은 금싸라기 아끼듯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이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가뭄#근본 대책#폭염#대수로#노후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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