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그리스, ‘뱅크런’ 가속화…여행 땐 현금 두둑히 가져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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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 여행할 때는 현금을 두둑하게 준비하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그리스 은행에서 시민들이 예금을 찾아가는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 여행사협회(ABTA)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돈이 마를 수 있기 때문에 그리스 여행객은 되도록 많은 현금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에서 18일에만 10억 유로(1조2500억원)가 인출됐고 19일에는 15억 유로가 빠져나갔다. 급진 좌파연합 시리자 정부가 들어선 올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주에만 그리스 시중 은행들에서 빠져나간 돈은 약 50억 유로(6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올해에 유출된 예금은 400억 유로로, 전체 예금의 25%에 육박한다고 CNBC는 전했다.

“그리스 은행이 폐쇄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자 유럽중앙은행(ECB)은 19일 ‘긴급유동성지원’(ELA) 금액을 늘려 급한 불을 껐다. ECB는 이달 17일 그리스에 대한 ELA 금액 한도를 11억 유로 늘린 데 이어 이틀 만에 18억 유로를 더 증액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위한 긴급 유럽연합(EU) 정상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21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긴급내각회의를 소집해 최후 협상안 마련에 나섰다. 새 협상안은 그리스 내부의 반발이 큰 ‘연금 감축’보다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한 조세 감면 폐지, 연료와 소매 판매에 대한 과세로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하지만 독일은 그리스 재정안정을 위해 연금지출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씩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채권단이 새 협상안을 수용할지는 불분명하다고 WSJ가 예상했다. 그리스는 협상 시한인 이달 말까지 채권단으로부터 구제 금융 72억 유로(약 9조원)를 받지 못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치프라스 총리는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3개월 만에 또다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차관 지원’ 선물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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