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유가하락이 부른 위기, 혁신통해 글로벌 강자 도약 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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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강국]

지난해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부진과 중동과 미국 간 에너지 주도권 확보 싸움으로 시작된 유가 하락으로 초유의 위기를 겪은 국내 정유업계. 올 한 해도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사업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의 성장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정철길 사장은 지난달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익·사업구조 혁신 등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Good Crisis)로 만들겠다”면서 “현재 11조 원인 기업가치를 2018년까지 30조 원대로 키우고 글로벌 톱 30위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구조적 위기는 현재진행형… 가치 중심 경영이 해법

정 사장은 현 경영환경을 ‘구조적 위기’로 진단했다.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저성장으로 수요는 줄어드는데, 셰일 혁명과 글로벌 설비 증설에 따라 공급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IHS 등에 따르면 중국의 정제설비 규모는 2008년 일일 900만 배럴에서 올해 1300만 배럴로 늘어나는 데 이어 2018년에는 1500만 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과 인도도 정제능력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사장은 “과거와 다른 방식의 고민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치 중심 경영’을 위기극복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수익·사업구조 등의 혁신을 통해 투입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고객들이 경험하는 가치는 극대화하는 것이다.

북미 기반 자원개발사업 강화… 석유·화학·윤활유 등은 글로벌 제휴 확대

SK이노베이션은 우선 어떠한 상황에서도 회사의 생존이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유 부문은 원유 도입 다각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석유개발 부문은 생산성을 높여 수익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화학·윤활유 부문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넥슬렌(고부가 폴리에틸렌), 프리미엄 윤활기유 등과 같은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사업별 구조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신성장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석유개발(E&P·Exploration & Production)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오클라호마, 텍사스 소재 셰일광구를 인근 지역으로 확장하는 등 북미 기반의 자원개발 전문회사로 진화한다는 ‘U.S. 인사이더(Insider)’ 전략을 세웠다.

화학 부문은 기존 중국 중심의 성장전략, 곧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손잡고 설립한 중한석화(중국 우한 소재)처럼 성공적인 합작 모델을 계속 만들기로 하고, 중국 내 파트너들과 협력방안을 협의 중이다. 중한석화가 지난해 1월 상업생산에 들어간 우한 나프타분해공장(NCC)은 올 1분기 836억 원의 흑자를 내는 등 1년 만에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석유사업 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안정적 원유도입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또 역내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수출 판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윤활유 부문 역시 지난해 스페인 렙솔사와 윤활기유 합작법인(스페인 카르타헤나 소재)을 출범시킨 데 이어 추가로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해 합작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배터리 부문의 경우 지속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차세대 셀(Cell) 기술을 확보해 안정적 생존 기반과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로 했다. 2013년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세운 전기차 배터리 회사 ‘베이징 BESK 테크놀러지’를 활용해 중국 내 배터리 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안정 속 성장’ 꾀하며 M&A, 합작 등 전략 투자 지속

SK이노베이션은 수익·사업구조 혁신과 함께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 지속적 성장 투자 등을 통해 ‘안정 속 성장’을 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1분기 현재 6조8000억 원인 순차입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자회사 상장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과 같은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이렇게 확보한 투자재원은 M&A, 합작사업 투자 등 사업구조 혁신을 위한 전략 투자의 ‘실탄’으로 쓰기로 했다. 정 사장은 “현재 국내 시가총액 25위인 기업가치를 2018년까지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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