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살아남은 공룡이 ‘새’… 닭 유전정보로 공룡 만드는 연구 진행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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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열전/박진영 지음/328쪽·1만8000원/뿌리와이파리
‘공룡열전’을 쓴 박진영 씨

고생물 연구가 박진영 씨는 “3D 기술로 컴퓨터상에서 공룡을 복원해 외형이나 행동방식을 연구하기도 한다. 공룡 연구가 계속 발전하면 진짜 공룡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고생물 연구가 박진영 씨는 “3D 기술로 컴퓨터상에서 공룡을 복원해 외형이나 행동방식을 연구하기도 한다. 공룡 연구가 계속 발전하면 진짜 공룡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영화 ‘쥬라기 월드’가 메르스 확산 속에서도 흥행몰이 중이란 소식을 접했다. 그러던 차에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여섯 공룡을 중심으로 공룡 세계를 알아보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영화 개봉에 맞춘 ‘기획 상품’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공룡 관련 각종 가설을 비롯해 다양한 삽화와 그림, 최신 연구 결과까지 담아 내용이 탄탄했다.

18일 만난 저자는 의외로 20대 청년이었다. 지질학, 지구환경과학을 전공한 박진영 씨(28)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중생대 거대도마뱀 화석을 찾아내고 홀로 해외 공룡학회를 찾아다니는 등 스스로 고생물을 연구해온 독특한 젊은이다.

“국내에는 어린이 도감용 공룡책이나 어려운 전문가용 공룡책만 있어요. 그 중간을 이어주려 했어요. 아직 학위를 받은 석학은 아니지만 공룡에 대해 가장 최신 연구 결과까지 섭렵했다고 자부합니다.” 그에게 공룡 멸종 원인부터 물었다.

“공룡 대멸종은 잘못된 표현이에요. 백악기 말 공룡뿐 아니라 다른 동식물도 많이 멸종됐죠. 여러 학설이 있지만 운석이 떨어져 생태계 환경이 교란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공룡뿐 아니라 곤충의 40%, 조류와 포유류 90%, 거북 80%가 멸종했어요.”

박 씨는 “공룡은 아직 멸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시 30kg 이상 동물은 다 죽고 그 이하만 살아남았어요. 공룡도 5% 정도는 살아남았죠. 지금껏 살아 있는 공룡은 바로 ‘새’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와 닭, 펠리컨, 타조가 모두 공룡류예요. 그동안 18세기 학자 칼 린네가 만든 ‘린네식 분류법’으로 생물을 분류했는데, 신체 특징으로 분류하는 린네식에선 새와 공룡을 전혀 다른 분류군으로 봤죠. 요즘은 그물망식 가계도로 분류합니다. 새와 공룡은 삼각돌기 모양, 발목 관절 등 해부학적으로 7개의 공통점을 가지는 같은 분류군의 생물이에요.”

이를 반영하듯 최근 공룡 연구자들은 닭을 변형해 공룡을 만들려는 ‘치킨노사우루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병아리가 되는 배아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꼬리가 길다 짧아지고, 손이 생기는데 이게 날개가 됩니다. 이빨도 있는데 이게 부리로 바뀌고요. 이런 과정을 유전자 조작으로 생략해서 이빨과 손이 생긴 상태에서 태어나는, 즉 공룡처럼 생긴 닭을 만들려는 거예요.”

하지만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호박(화석이 된 송진)에 갇힌 모기 속 공룡 유전정보를 추출해 복원하는 일은 현재 불가능하다.

“스테고사우루스는 가장 오래된 모기 종류로 알려진 부르마큘렉스 안티쿠스보다 6000만 년 전에 산 공룡입니다. 더구나 공룡의 피가 모기 배 속에 있다 해도 여러 물질이 섞였을 텐데 그 유전정보로 공룡을 만들기 어렵죠. 그럼에도 공룡 연구는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공룡의 뇌실(腦室)을 연구해 시각, 후각, 방향감각을 알아내고 뼈를 녹여서 성별을 확인합니다.”

우리가 아는, 심지어 이 책 표지에 그려진 전형적인 공룡의 모습마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 영화 속 사냥꾼 공룡으로 유명한 ‘벨로키랍토르’의 경우 크기는 거위만 하다. “공룡 연구의 역사는 200년도 안 됐어요. 화석으로 생전 모습을 정확히 알기 어렵잖아요. 티라노사우루스는 ‘고질라’처럼 상체를 세우고 꼬리를 끌면서 서서 걷는 모습으로 묘사됐지만 실제는 상체를 숙이고 꼬리를 수평으로 한 채 움직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 조상은 몸에 깃털도 있어 복슬복슬했고요. 우리가 아는 공룡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추정된 형태예요. 공룡 모습은 계속 변할 겁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공룡열전#쥬라기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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