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집에도 못갔는데… 아이 왕따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메르스 어디까지]
자녀 둔 메르스 간호사 고충 호소
“컵라면 먹고 밤새 환자 돌보는데… 아이 학교선 따돌림, 억장 무너져”

메르스 최전선의 사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동에서 C등급 보호복을 입은 한 간호사가 메르스 환자를 돌보고 있다. 메르스 중환자를 치료할 때는 겉옷, 마스크, 겉덧신, 속덧신, 장갑 2장, 공기정화기 등을 착용하는 C등급 보호복을 입는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메르스 최전선의 사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동에서 C등급 보호복을 입은 한 간호사가 메르스 환자를 돌보고 있다. 메르스 중환자를 치료할 때는 겉옷, 마스크, 겉덧신, 속덧신, 장갑 2장, 공기정화기 등을 착용하는 C등급 보호복을 입는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오죽하면 이런 기자회견까지 열었겠습니까.”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의 고충을 듣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바이러스와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안전조차 돌보지 못하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을 도와주기는커녕 일부에서는 의료진 자녀를 따돌리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은숙 수간호사는 “아이가 엄마가 메르스 병원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았다고 했다”며 “간호사는 정작 한 달 동안 집에 간 적이 없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국내 첫 메르스 환자(1번 환자)가 발생한 5월 20일 이후 꼬박 한 달 동안 메르스와 싸우고 있다.

신수영 수간호사는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는 날은 오후 3시쯤에 컵라면 하나를 먹고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꼬박 일해야 했다”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 수간호사는 “지난해 서아프리카 에볼라 의료진 파견도 다녀왔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며 “사태가 길어지는 만큼 간호사 31년 생활 중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환자도 의료진도 힘내세요” 응원 리본 1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앞에서 마스크를 한 초등학생들이 메르스 환자와 의료진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줄에 매달고 있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환자도 의료진도 힘내세요” 응원 리본 1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앞에서 마스크를 한 초등학생들이 메르스 환자와 의료진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줄에 매달고 있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모 간호사는 “집에 어린아이가 있는 만큼 만에 하나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귀가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전, 자기 전에 화상통화를 하는 것으로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은 없는 상태다.

신 수간호사는 “사람인데 어떻게 바이러스가 무섭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래도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참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왕따#메르스#간호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