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人道막은 가로수-불법주차… 광고판 피해 곡예 보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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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삼거리~서울역사거리 2.23km 구간 직접 걸어보니

걷기 좋은 서울 맞나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보도 중앙에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위쪽). 시청역 사거리를 지나 숭례문 방향 보도에서는 가로판매대 오토바이 우체통 등 각종 시설물 탓에 걷기가 불편하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들기 위해 보도 위 시설물의 정비가 시급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걷기 좋은 서울 맞나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보도 중앙에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위쪽). 시청역 사거리를 지나 숭례문 방향 보도에서는 가로판매대 오토바이 우체통 등 각종 시설물 탓에 걷기가 불편하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들기 위해 보도 위 시설물의 정비가 시급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13년 1월 서울시는 2020년까지 걷기의 교통수단 분담률을 20%로 올리는 ‘보행친화도시 서울 비전’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은 얼마나 걷기 좋은 도시가 되었을까. 17일 오후 광화문삼거리∼서울역사거리 2.23km 구간을 직접 걸어봤다.

세종대로는 2009년 광화문광장 개방에 맞춰 정비가 끝났다. 정부서울청사부터 세종문화회관을 지나기까지 광화문광장을 따라 걷는 길은 편했다. 보도 폭은 8m로 서울시 전체 평균(3m)의 2.6배나 된다.

하지만 세종대로사거리를 건너 동화면세점 건물 앞부터는 보도 곳곳에 장애물이 나타났다.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바로 옆에는 서울관광안내소가 자리했다. 이어 가로판매대 2곳과 사이사이 가로수를 심었다. 보도 폭은 넓었지만 사각형, 원형 모양 돌화단과 돌의자 등이 어지럽게 배치돼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다. 코리아나호텔 앞으로 건너가려니 면세점을 드나드는 차량이 보도 위로 다니면서 보행자를 위협했다.

서울시의회가 가까워오면서 보도가 갑자기 좁아졌다. 게다가 보도 한가운데 커다란 은행나무가 서 있어 걸음걸이를 방해했다. 보도 폭을 넓히면서 가로수를 미처 옮기지 못한 탓이다. 최소 보도 폭(1.5m)을 확보하지 못한 서울시내 가로수는 8400그루에 이른다.

덕수궁 앞에서 더플라자호텔 앞으로 건너갔다. 숭례문 방향으로 걷다 보니 가로판매대 오토바이 볼라드(불법 주차를 막기 위한 말뚝) 상점 광고판 등이 뒤엉켜 서 있었다. 보도 폭은 3m이지만 실질적으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은 절반 정도이거나 더 적었다. 숭례문을 지나면서부터 불법주차 차량과 상점 앞 매대 등으로 2, 3명이 엇갈려 걷기도 힘들었다.

실제 사람들이 얼마나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인 ‘워커빌리티(Walkability·보행친화성)’는 도시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가로수길 삼청동길 등 걷기 편한 거리에는 사람이 몰리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런데 서울에 걷기 좋은 길은 손에 꼽힌다.

2014년 서울시민이 느끼는 보행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점. 도심은 이보다 낮은 5.88점이다. 단지 보도가 좁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민이 걸으면서 느끼는 불편함으로는 △보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25%) △이면도로 진입 차량(24.3%) △협소한 보도(21.4%) △보도블록 파손 침하, 보도 위 불법 적치물(7.9%) 순이었다. 거리를 걷기 위해 사람과 차량, 시설물이 자리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보도 위 설치된 시설물의 종류는 무려 30개에 이른다. 가로등주 한전주 통신주 신호등주 등 지주(支柱), 환기구 승강기 출입구 등 지하철 시설물, 가로수 띠녹지 등 녹지공간까지 보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다 보니 제각각 기준을 가지고 무분별하게 설치했다.

이 때문에 보도를 늘리기보다는 걷기 쉽게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올해 들어 시설물 설치할 때 보행친화적 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가로(街路) 설계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를 총괄하는 매뉴얼이 없었다.

조재관 서울시 보도정책팀장은 “지난해 8월부터 보도 위 시설물 설치 및 관리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지만 이미 만들어진 보도를 정비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보도 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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