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오늘은 나도 ‘백주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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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백종원 씨가 한 프로그램에서 닭볶음탕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요리사 백종원 씨가 한 프로그램에서 닭볶음탕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어제는 남아있는 찬밥과 애매하게 남아있는 대파를 처리할 겸 백종원 볶음밥을 만들었어요. 백종원 레시피, 다들 아시죠? 요즘 백주부님 없으면 뭐 먹고 사나 몰라요. ㅎㅎㅎ”

결혼 3년 차인 우리 언니는 요즘 요리에 푹 빠졌답니다. 18개월 된 아들 선우를 키우느라 매일 정신없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블로그에 요리 포스팅을 올려놓곤 하죠. 얼마 전 ‘오늘은 뭐 새로운 거 없나’ 하고 언니 블로그를 기웃거리다가, 어김없이 등장한 익숙한 이름에 피식 웃음이 터졌습니다. ‘역시, 언니도 백주부의 도움을 받고 있었군!’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가 요즘 대세입니다. 백 씨는 ‘마이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 등 각종 쿡방(요리 방송) 프로그램들을 꿰차고 있죠. 특히 인터넷 1인 방송 포맷을 채용한 마리텔은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백 씨는 실시간 채팅방에 들어온 시청자들에게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응수해가며 매주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백 씨가 소개하는 레시피는 만만해 보이는 게 특징. 과자, 치즈, 빵, 라면, 참치, 대파, 식초, 설탕 등 냉장고와 부엌 곳곳을 뒤지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카나페, 샌드위치, 볶음라면 등 그럴듯한 음식을 뚝딱 완성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다 보면 ‘어,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에 신이 나곤 합니다.

백 씨의 인기에 힘입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쿡방 후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맛집 후기가 주로 맛집을 방문한 뒤 느낀 점이나 음식 사진을 올리는 거라면 쿡방 후기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방송을 리뷰하거나 동영상 캡처 사진을 갈무리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백종원식 카르보나라를 만들어 봤어요” “백종원 함박스테이크입니다” 등의 제목이 달린 후기들은 방송을 본 뒤 직접 요리해본 그들만의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손수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 단계별로 사진 혹은 동영상을 찍어서 자기만의 ‘백주부 따라 해보기’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거죠.

‘방송에 나온 요리 복습이나 해봐야지’ 하는 마음에 백종원을 검색해 보니, 나오는 자료들이라곤 죄다 이런 2차 콘텐츠였습니다. 백 씨가 진행한 방송을 다시 보고 싶었던 터라 처음엔 다소 실망했습니다. 유튜브에 방송 영상이 몇 개 올라와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습니다. MBC에 들어가 마리텔 다시 보기를 하려면 결제를 해야 했고, 그렇다고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자니 그마저도 번거롭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냥 후기라도 봐야지’ 하고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2차 콘텐츠 치고 의외로 괜찮은 후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유튜브에 업로드된 각종 ‘백종원 레시피 따라 하기’ 동영상들은 조회수가 2만∼3만 건은 훌쩍 넘을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죠. 나처럼 평범한 일반인들이 “백주부는 파를 따로 볶았지만 저는 귀찮아서 같이 볶아봤어요” “아, 백주부는 이렇게 안 했는데…” 하면서 지지고 볶고 칼질하는 걸 보니 왠지 모르게 정이 갔습니다. 백 씨가 방송에서 빠르게 지나쳤던 부분을 좀 더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고요. ‘백종원 레시피 10가지 모음’ 등의 블로그 포스팅도 인기였습니다. 대표 메뉴들을 보기 좋게 묶어두니 꽤나 유용했답니다. “뒤늦게 백종원님 레시피 소문을 듣고 검색 중이었는데 정리 잘해주셨네요. 감사히 담아갑니다” “저도 따라서 해봐야겠어요” 등 댓글도 매번 꼬박꼬박 달립니다.

요즘엔 라면을 끓일 때도, 토스트를 해먹을 때도 뭔가 작은 기교를 부리고만 싶습니다. ‘파를 더 썰어 넣어볼까?’ ‘참치에 마요네즈를 섞어서 빵에 발라 먹어볼까?’ 하고 말입니다(이게 다 백주부 탓입니다). 무엇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것 없는 나날, 요리만큼은 유일하게 멋대로 뚝딱거려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조금만 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용할 양식을 맛깔스럽게 먹어보는 건 어떤가요.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SNS에 올라온 쿡방 후기들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지연 오피니언팀 기자 lima@donga.com
#백주부#백종원#요리#쿡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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