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터뷰] 김연경 “일본·중국은 해외에서 전지훈련 중인데…리우올림픽 준비부족 속상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9일 05시 45분


김연경은 배구선수로서 모든 것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녀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리그에서의 생활, 은퇴 후 계획, 배구선수 김연경이 아닌 세 자매의 막내동생으로서의 삶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포츠동아DB
김연경은 배구선수로서 모든 것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녀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터키리그에서의 생활, 은퇴 후 계획, 배구선수 김연경이 아닌 세 자매의 막내동생으로서의 삶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포츠동아DB
■ 배구스타 김연경|리우올림픽과 미래의 꿈

4년전 터키에 온 이후 모든 것 혼자서 해결
통역도 없이 적응기간 2년 참 힘들었는데

페네르바체에서 들어올린 우승컵과 MVP
열광적 관중…터키리그 갈수록 경쟁력 커져


대표팀 지원 부족해 리우올림픽 본선 걱정
일본·중국은 벌써부터 해외에서 전지훈련

한국서 마지막 선수생활 하고싶은 생각도
은퇴 후엔 지도자 준비…“결혼도 해야죠”


인터뷰를 위해 11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으로 김연경(27·페네르바체)이 들어서는데, 미안하게도 상상을 초월하는 긴 다리에 먼저 눈길이 갔다. 아주 짧은 검은색 핫팬츠를 입었다. 유니폼을 입은 모습에만 익숙했던 터라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시원시원하게 말도 잘했다. 프로다웠다. 어느 선수가 그랬다. “김연경은 배구선수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갖췄고, 그래서 부럽다.” 생각해보니까 하나가 빠졌다. 여자로서도 참 매력적이었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가능한 한 김연경의 어법과 표현을 그대로 살리려고 했다.

● 터키리그 4년째, 이제는 많은 것이 적응됐다!

“자주 가는 식당, 훈련장과 경기장, 주변거리 등 환경에 불편함이 없다. 이제는 적응했다. 4년 전 터키리그 첫 시즌 때는 문화적 충격이 컸다. 모든 것을 다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터키 도착 첫 날 구단 직원이 공항에서 집까지 태워준 뒤 돌아갔다. 그때부터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다. 밥도 해먹어야 했고, 훈련장에 가는 것도 선수 몫이었다. 구단은 몇 시까지 훈련장으로 오라고만 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모인다. 훈련 뒤 집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에서 지낸 2년간 어느 정도 해외생활에 적응됐다고 믿었지만, 터키는 또 달랐다. 통역도 없었다. 2년간의 적응기간이 참 힘들었다. 3년째부터 차츰 주위환경에 적응됐다.”

김연경(왼쪽 끝)이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동료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연경(왼쪽 끝)이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동료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4년간 터키에서 선수로서 누릴 것은 다 누렸다!

“페네르바체에서 터키리그, 터키컵, 챔피언스리그, CEV컵 등 우승을 했다. 리그 MVP(최우수선수)도 했다. 팀의 부주장으로 승진도 했다. 주장을 빼면 페네르바체에 가장 오래 있는 선수다. 페네르바체 팬들은 내가 서브를 넣으려고 하면 나를 위한 응원구호를 외친다. 동료들은 나를 ‘연’이라 부르고, 팬들은 ‘김’이라 외친다.”

“관중의 응원이 대단한 터키리그는 갈수록 경쟁력이 커진다. 현재 최고의 리그 같다. 예전에는 상하위권 팀의 실력차가 컸지만, 하위권 팀들이 외국인선수를 많이 데려와 실력이 엇비슷해졌다. 최근 3년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터키리그에서 나왔다. 물론 임금체불도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보유한 팀을 제외하고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할 경우 임금이 늦을 때도 있다. 그래도 3개월을 넘기지는 않는다. FIVB(국제배구연맹) 규정이라고 한다. 다음 시즌까지는 터키에서 뛰어야 한다. 그 다음은 아직 모르겠다. 브라질이나 러시아리그 생각도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다.”

페네르바체 소속의 김연경(왼쪽)이 터키컵대회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두른 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출처|페네르바체 홈페이지
페네르바체 소속의 김연경(왼쪽)이 터키컵대회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두른 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출처|페네르바체 홈페이지

● 다른 선수들의 텃세에 처음엔 고생도 했다!

“터키는 훈련 때 영어를 기본으로 쓴다.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감독이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 몰랐고, 훈련 내용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다. 대충 눈치로 했다. 세터, 리베로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문제였다. 리시브 등 수비위치를 놓고 조율이 필요했다. 세터와의 호흡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더 위축됐고, 내 플레이를 못했다. 선수들과 차츰 멀어졌고, 믿음이 떨어지니까 세터가 공도 자주 올려주지 않았다.”

“그쪽 선수들은 다혈질이었다. 수비훈련 도중 말이 통하지 않아 몸이 부딪치는 일도 있는데, 욕도 하면서 신경질을 냈다. 텃세였다. 아시아에서 온 선수를 아래로 보고 무시하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바꿨다. 상대가 욕을 하면 나도 한국어로 욕을 하며 받아쳤다.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먼저 장난도 치고 얘기도 건네면서부터 그 선수들도 마음을 열고 도와주려고 했다. 한국은 외국인선수가 오면 모든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 그 선수에 맞춰주려고 한다. 팀의 기둥으로 대우하면서 먹고 싶은 것이나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지만, 터키리그는 아니다. 한 팀에 많은 외국인선수가 있는 데다, 다 각자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소통의 기회가 없다. 한국처럼 누가 앞장서서 이끌어주지도 않는다. 스스로 찾아먹어야 한다. 김사니(IBK기업은행) 언니도 아제르바이잔에 간 첫 날 식사시간에 동료들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혼자서 밥을 먹는데,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견뎠는지 연경이 네가 참 대단하다’면서 전화기를 잡고 울었다.”

●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대표팀, 그리고 김연경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5월 20∼28일·중국 톈진)를 앞두고 대표팀에서 일주일 훈련하고 나가서 2위를 했다. 이정철 감독님이 대회 뒤 고생했다면서 선수들에게 상품권을 돌렸다. 고맙게 잘 썼다. 여전히 대표팀 지원은 부족하다. 리우올림픽 본선에 걱정이 많다. 올림픽 본선에 나가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조기에 대표팀을 구성하고, 전지훈련 등을 통해 많은 경기 경험을 쌓고, 전력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많은 예비 엔트리 가운데 최고의 멤버를 가려내서 전력을 강하게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승산이 있다. 2012런던올림픽 때는 그나마 조기에 대표팀을 소집했고, 중국 전지훈련 같은 연습경기도 많이 하며 준비했는데, 요즘 대표팀 준비과정을 보면 속상하다. 일본, 중국, 태국은 우리보다 많은 준비를 하고 앞서간다. 일본은 4년 주기로 올림픽을 준비한다. 요즘 브라질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중국도 미국 전지훈련을 하는데, 이런 것을 보면 과연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올림픽 본선에 가고는 싶은데, 말만 그렇지 행동은 없다. 지금은 런던대회 때보다 더 준비를 못하고 있다. 한국배구는 이런 준비 부족 속에서도 성적을 낸다. 이번에도 사실상 2주간 훈련하고 2위를 했다. 우리끼리도 신기하다고 했다. 우리는 항상 대표선수끼리 호흡이 맞을 때쯤이면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 김연경이 생각하는 배구 뒤의 인생 2장

“선수생활의 마지막 유니폼을 어디에서 벗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외국에서 끝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마지막 선수생활을 할 생각도 있다. 해외 이적과 관련해 흥국생명, KOVO(한국배구연맹)와 한때 좋지 못한 감정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지금은 나쁜 감정도 없고, 기억도 모두 털었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흥국생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KOVO에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도울 생각도 있다.”

“선수생활을 그만하면 당분간은 쉬고 싶다. 물론 배구를 영원히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지도자를 하고 싶다. 유럽, 일본에서 배운 배구와 우리의 배구를 접목하고 싶다. 선수로서 다양한 리그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 많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분들은 은퇴 뒤 미국 NCAA 소속 대학교에 진학해 공부도 하고 선수나 코치 등으로 배구를 계속하면서 지도자 연수를 받는 프로그램을 생각 중이다. 영어도 익히고 지도자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도 좋겠다.”

“결혼도 해야 한다. 그래서 더 바쁘다. 물론 결혼에 부담은 있다. 일반인이 아니다보니 누가 접근해오면 그 사람을 제대로 잘 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선수생활에 전념하느라 좋은 남자를 고르는 일에도 익숙하지 않다. 예전에는 같은 운동하는 사람을 보면 단점이 많이 보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서로를 잘 이해할 것 같고 생활패턴도 비슷해 도움이 될 것 같다. 돈 관리도 잘해야 한다. 지도자가 됐을 때 내가 금전적으로 여유로워야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고 원하는 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문자산 관리사가 도와주고 있다. 부동산은 아버지가, 은행은 언니가 전담한다. 밝힐 수는 없지만 돈도 모았다.”

● 휴가, 그리고 세 자매의 결혼 전 마지막 여행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지인들을 만나고 미용실도, 피부과도 다니면서 지냈다. 14일 두 언니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내년 결혼을 앞둔 언니와 떠나는 자매끼리의 마지막 여행이다. LA와 라스베이거스에 간다. 언니들은 돌아오고, 나는 미국에서 개인훈련도 하고 치료도 받고 할 생각이다. 훈련장도 미리 알아봐뒀다. 8월 대표팀에 소집될 것으로 안다. 터키는 여자월드컵에 참가한 뒤 돌아간다. 페네르바체는 8월 말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최근 매니지먼트 계약도 했다. 팀 이적 등은 인스포코리아에서 관장하고, 매니지먼트 회사(스포티베떼)는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한다. 이전보다 자주 다양한 모습으로 팬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달라.”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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