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암 투병 길옥윤의 이별 콘서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9일 07시 05분


■ 1998년 6월 19일

가수 혜은이는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다. 최근 9년 만의 새 싱글 ‘프리 리스닝’을 내놓고 7월 뮤지컬 ‘사랑해 톤즈’에도 나서는 그가 실력을 세상에 온전히 드러낼 수 있게 한 사람. 작곡가 길옥윤(사진 왼쪽)이다. 무명의 가수였던 혜은이는 1976년 길옥윤이 쓴 ‘당신은 모르실거야’로 스타덤에 오른 뒤 1980년대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1998년 오늘, 길옥윤이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마지막 콘서트 무대를 열었다. 밤 9시5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SBS가 생중계한 ‘이별 콘서트’. 골수암 등으로 투병 중으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길옥윤은 49년의 음악인생을 이 무대에서 정리했다. 반세기에서 불과 한 해 모자란 아쉬움은 자신의 음악을 사랑한 대중의 박수와 눈물로 위로받았다. 특히 한때 행복한 삶을 약속했지만 그 20여년 전 결별한 전 부인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패티 김의 열창은 시청자의 뜨거운 눈물을 자아냈다. 길옥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차고 기름진 시간을 함께했다. 헤어진 건 몸이었지 마음이 아니었다”면서 ‘사랑은 영원히’를 청했다.(1994년 6월21일자 동아일보) 패티 김은 이를 절창한 뒤 20여년의 세월 무대 위에서 결코 부르지 않았다는 ‘이별’을 마지막 곡 삼았다. 그리고 애써 눈물을 감췄다. 길옥윤은 “역시 옛 친구가 최고다”고 화답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패티 김은 분장실에서 소리 내 울었다. 이날 무대에는 현미, 최희준, 정훈희, 이선희 등도 함께했다.

길옥윤은 1927년 평북 영변 태생으로 경성치과전문(서울대 치대)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음악을 자신의 길로 선택한 그는 해방 직후 박춘석 등과 함께 그룹 ‘핫팝’을 결성해 연주 활동을 했다. 뛰어난 작곡가 겸 작사가이면서 재즈 색소폰 연주자로, 사랑과 이별의 정한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서정가의 대표적 창작자였다. 마지막 고별 무대에서 “프러포즈였느냐”고 패티 김이 그 창작의 배경을 물었던 ‘사월이 가면’은 1966년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줬다. 그러나 1972년 결별했다.

길옥윤은 그 이듬해 3월17일 숨을 거뒀다. 닷새 뒤 영결식에서 패티 김은 차마 끝까지 부를 수 없을 것 같다며 ‘이별’ 대신 ‘서울의 찬가’를 울먹이며 불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 남편이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를 모아 음반을 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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