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르스 총리’ 자임한 황교안, ‘예스맨 장관’ 평판 벗어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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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우여곡절 끝에 어제 국회 인준 표결을 통과해 총리로 정식 취임했다. 이완구 전 총리가 사퇴한 지 52일 만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그의 전력(前歷)과 병역, 전관예우 의혹 등을 들어 “메르스 사태를 틈타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메르스 총리’라는 오명(汚名)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 총리는 ‘메르스 총리’라는 말을 오명으로 여기지 않는 눈치다. 취임식도 하기 전에 메르스 전담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내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메르스 종식의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 존립의 최우선 가치인데, 메르스로 국민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은 든든하기까지 하다.

황 총리는 메르스 사태 대처에서부터 총리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어떻게 다른지를 확연하게 보여주기 바란다. 정부는 초동 대응에 실패하고도 지금까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고건 총리가 해냈던 역할을 이번엔 황 총리가 제대로 수행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 황 총리는 ‘예스맨 장관’이라는 평판을 얻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평가를 넘어서지 못하면 국민이 바라는 총리는 될 수 없다. 대통령 지시나 이행하는 ‘예스맨 총리’가 아니라, 국정의 2인자로서 내각 통할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능동적 총리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언과 함께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임기 중반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말끝마다 경제 살리기와 부정부패 척결,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되뇌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 지금 같은 공복(公僕)의식과 실력으로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국민이 되레 걱정하는 형편이다. 지난(至難)한 총리감 물색과 인사청문회 과정을 볼 때 황 총리는 현 정부와 명운을 같이할 가능성이 크다. 총리직은 정확한 판단력과 과감한 추진력, 상상력과 포용력, 그리고 여야는 물론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력도 필수적인 자리다. 평생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법조인으로 살아온 황 총리가 그런 소임을 다하려면 부지런하게 현장을 누비며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메르스 총리#황교안#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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