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메르스가 생사람 잡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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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휘 기자·사회부
조용휘 기자·사회부
“메르스가 생사람을 잡네요. 사람들이 없으니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18일 오전 7시,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붐빌 부산대표 전통시장인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썰렁했다.

40년째 한자리에서 생선가게를 하고 있는 김상순 할머니(73)는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로 마음이 아팠는데 올해는 메르스 때문에 내가 죽게 됐다”며 “많이 힘들다”고 했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불안심리로 소비 활동이 둔화되면서 지역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전통시장, 할인 매장, 음식점, 관광업계는 물론 수출 기업까지 매출이 뚝 떨어졌다.

부산시 조사 결과 이달 전통시장 방문객은 전달에 비해 40%, 매출액은 25∼30%가량 줄었다. 평소 국내외 관광객으로 넘쳐 났던 부평 깡통야시장 매출은 40%나 급감했다. 지역 백화점도 이달 첫 주 매출액은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25%,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5% 감소했다. 대형 할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호텔과 여행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달 들어 17개 호텔·숙박업소 8414실 예약(국내외 관광객 1만4900명)이 취소됐다. 여행·관광 14개 사 193건(6956명)이 줄줄이 취소됐다.

메르스 방지에 초비상이 걸린 부산시는 지역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18일 오전 7시 반에는 부전시장의 한 음식점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단체장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안심하고 시장을 찾아도 된다는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

메르스 사투 현장과 서민 경제 현장을 번갈아 찾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은 “시름이 깊은 영세 상인들의 고통과 수고를 덜어 주자”고 말했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이렇게 어려울 때는 시민 참여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권택준 부산상인연합회장은 “이대로 가면 부산 전통시장 218곳이 다 죽는다.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태수 부전상가상인회 회장은 “언론에서 부정적인 면만 들추지 말고 산 사람은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이태섭 부산관광협회장은 “관광업계는 초토화됐다.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참석한 9명의 단체장은 간담회 후 부전시장을 돌며 흙 묻고 물 묻은 상인들의 손을 잡았다.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생선과 과일도 샀다. 상인들은 이들에게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부산시는 이날부터 지역 경제·금융분야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했다.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소상공인 융자 지원 규모도 12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늘렸다. 부산관광공사와 부산관광협회가 참여하는 대책반을 꾸리고 안전 관광 맞춤형 마케팅을 벌이기로 했다. 공무원들은 점심 때 인근 식당 이용하기, 토요일 전통시장 가기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말로만 ‘안심’하라고 한들 그 말이 지금 귀에 들어오겠습니까”라고 반문하는 한 상인의 말처럼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실천이 필요한 때다.

조용휘 기자·사회부 silent@donga.com
#메르스#생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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