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가뭄에 염분 피해까지… 강화도가 타들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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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기로 역류 바닷물 논에 공급… 최소 40ha 면적 농작물 말라죽어
급수차 동원 물 공급도 턱없이 부족

바닷물이 유입된 내가천에서 물을 퍼 올렸다가 벼가 죽어가고 있는 인천 강화군 하점면 망월리의 드넓은 논지대. 가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강화도에서 농작물 염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피해 농민 제공
바닷물이 유입된 내가천에서 물을 퍼 올렸다가 벼가 죽어가고 있는 인천 강화군 하점면 망월리의 드넓은 논지대. 가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강화도에서 농작물 염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피해 농민 제공
“오로지 많은 비가 속히 내려 주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어요.”

가뭄이 심각한 인천 강화도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지에 염분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닷가 근처 농지는 대개 간척지여서 가뭄으로 바짝 마르자 하얀 염분기가 땅 위로 솟고 있는 것이다. 속히 민물 희석이 이뤄지지 않으면 작물의 고사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특히 강화군 하점면 망월리와 내가면 구하리 사이를 흐르는 내가천에 밀물 때 바닷물이 역류해 밀려 들어왔고, 이런 사실을 몰랐던 농민들이 내가천 물을 논에 퍼 올리면서 농작물이 죽어 가고 있다.

18일 하점면 망월리의 광활한 논. 모내기를 마치고 한창 성장할 때를 맞은 벼들이 붉은색을 띠며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지난달 말부터 논 주변에 흐르는 내가천이 바닥을 드러낼 만큼 말라붙어 물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일대 농민들은 내가천 물을 가두는 망월양수장 바닥에 남아있던 물을 자가 양수기를 통해 논으로 끌어왔다.

이 양수장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강화지사는 바닷가 제방과 가까운 이곳의 염분 농도가 허용치(1000ppm)를 넘어서자 지난달 29일 오후 2시부터 공공 양수기 가동을 멈췄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이 각자 알아서 바닥에 있는 물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염분이 많은 물이 들어온 논에선 보름 가까이 지나면서부터 농작물이 대량으로 말라 죽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장 출신의 한 농민은 “수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밀물 때 바닷물이 마구 들어와 피해가 더 심각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강화지사 관계자는 “망월리 일대 논은 바닷가 근처인 데다 간척지여서 평상시에도 바닷물 침투가 일어나지만 민물과 중화돼 염분 피해는 없었다.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염분 농도 허용치를 넘는 물을 개인적으로 양수한 곳에서 농작물 피해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내가천 양쪽의 하점면 망월리와 내가면 구하리에서 염분 피해로 벼가 말라 죽는 논이 최소 40ha에 이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농민들은 100ha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화지역 논에서 하얀색 염분기가 피어나는 곳이 망월리 일대뿐만 아니라 바닷가와 가까운 화도면과 불은면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강화군과 한국농어촌공사는 관정을 개발하거나 급수차를 동원해 물을 대고 있지만 넓은 들판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군은 가뭄 장기화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자 관내 군경과 민간 건설업체 도움으로 급수차 35대를 총동원해 ‘마른 모 살리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 매일 900여 t가량을 비상급수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급수 요청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군 집계에 따르면 52ha 논에서 벼가 거의 고사 상태이며, 400ha 가까운 논은 거북등처럼 갈라지면서 바짝 말라가고 있다. 강화군 관계자는 “당분간 해갈 정도의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최상품 쌀을 생산하는 강화지역 농민 피해가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가뭄#염분#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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