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연내 금리 점진적 인상…시점보다 경로가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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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제로(0) 수준인 정책금리를 올해 안에 올리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재확인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 줄 충격을 감안해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내외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이 올 9월을 기점으로 연말까지 금리를 한 두 차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0~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회복된다는 ‘합리적 확신’이 서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면서 “현재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이 연내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에 따르면 전체 17명의 FOMC 위원 중 15명은 연말 이전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상 속도는 매우 점진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이날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3~2.7%에서 1.8~2.0%로 낮췄다. 경기회복이 늦어진다는 건 그만큼 급격한 금리인상을 피할 명분으로 작용한다. 옐런 의장은 “금리인상은 시점이 아니라 경로가 중요하다”며 “우리(연준)는 FOMC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기계적인 경로를 따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꺼번에 많이, 또는 여러 번 연속으로 올리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994년 미국이 불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리면서 신흥국과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줬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 결과를 지켜 본 주요 해외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들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앞으로 비교적 완만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데에 견해를 같이 했다. 다만 첫 인상 시점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는 일정 기간동안 매 회의 때마다 인상을 했지만 이번에는 분기에 한 번 정도로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며 “첫 인상 시점은 여전히 9월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고 금리인상에 신중히 대응하겠다고 한 걸 봤을 때 12월은 돼서야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FOMC 위원들의 금리인상에 대한 생각이 연내 ‘한 차례’와 ‘두 차례’로 양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8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성명의 성격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 가깝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면서 원화가치와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린다는 것’보다 ‘올려도 천천히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방점이 찍히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07.1원으로 전날보다 10.8원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했고 코스피는 7.02포인트(0.34%) 오른 2,041.88로 마감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연준의 회의 결과가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주형환 기재부 차관은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스발(發) 불안 등으로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 여건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국내 거시경제 여건과 대외건전성을 볼 때 시장 불안이 발생해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다수의 견해”라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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