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는 않지만, 단 하나의 졸작도 없다는 게 놀라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英 록밴드 뮤즈 7집 ‘Drones’
드론에 지배되는 세상 노래… 전자음악 끌어들인 근작서 벗어나
기타-베이스-드럼의 원초적 록 충실

신작 ‘Drones’(아래 사진)를 낸 영국의 3인조 록 밴드 뮤즈.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울스턴홈(베이스기타), 매슈 벨러미(보컬 기타 건반), 도미닉 하워드(드럼). 벨러미는 “신시사이저니 믹싱이니 하는 것들은 잊어버리고 밴드가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연주했다”고 말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신작 ‘Drones’(아래 사진)를 낸 영국의 3인조 록 밴드 뮤즈.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울스턴홈(베이스기타), 매슈 벨러미(보컬 기타 건반), 도미닉 하워드(드럼). 벨러미는 “신시사이저니 믹싱이니 하는 것들은 잊어버리고 밴드가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연주했다”고 말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만일 인류의 역사가 우주인의 침공으로 막을 내릴 한 편의 SF 영화라면, 전열의 선봉을 기타 연주로 선동할 이는 매슈 벨러미(37)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전기기타에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디지털 시대 새 기타 영웅의 모습을 제시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쇼팽을 연주하고 팔세토 창법으로 비극적인 록 아리아를 열창하다 기타를 때려 부수는 벨러미는 21세기 세계 록 공연장에 나타난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다.

그가 이끄는 영국의 3인조 록 밴드 뮤즈(Muse)가 4년 만의 정규앨범, 7집 ‘Drones’로 돌아왔다. 9월 3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5년 만의 단독 내한공연도 연다.(예매 시작 24일·02-3141-3488)

뮤즈는 신작에서 그간 천착한 디스토피아 이야기를 이어 간다. 벨러미는 “지금 세계는 드론을 이용해 모두를 드론으로 만드는 드론들에 의해 돌아간다. 시스템에 의해 ‘휴먼 드론’이 된 인간이 압제자에게서 벗어나는 여정을 추적했다”고 했다. 그는 본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리처드 위틀의 ‘포식자: 드론 혁명의 숨은 기원’, 존 론슨의 ‘사이코패스 테스트’ 같은 책이 신작의 주제에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과학 잡지를 즐겨 읽는 괴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항상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음악적으로 ‘Drones’는 전자음악을 대폭 끌어들인 근작과 거리를 둔다. 뮤즈 초기에 빛을 발한, 기타-베이스-드럼의 원초적 에너지가 골자다. 밴드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스한 지난 두 앨범과 달리 신작은 AC/DC의 ‘Highway to Hell’(1979년), 데프 레퍼드의 ‘Hysteria’(1987년)를 담당한 베테랑 프로듀서 머트 랭이 함께 제작했다. 벨러미는 “기술적 측면을 랭에게 맡겨두기로 하니 멤버 셋이 초심으로 돌아가 함께 연주할 시간이 늘었다. 우리가 음악을 배우던 1990년대는 뭐든 느슨하게 하는 게 ‘쿨’하다고 여겨졌지만 랭은 완벽주의자여서 서로 언쟁도 했다”고 했다.

신곡 ‘Mercy’(QR코드)는 ‘Starlight’(2006년)의 이란성쌍둥이다. 신시사이저의 미래적인 16분 음표 분산화음과 거친 기타 연주의 만남은 딱 뮤즈의 인장. 뮤즈 사상 처음 재생시간 10분을 넘긴 대곡 ‘The Globalist’의 드라마는 인상적이다. 벨러미는 이 곡에 대해 “한 곡 완성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이 없었다. 랭이 31번이나 녹음하도록 시켰다”면서 “2집(‘Origin of Symmetry’·2001년)에 담긴 ‘Citizen Erased’와 연결되는 곡이다. 후반부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를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새로운 건 없지만 훌륭한 리프(반복악절 주제)로 가득한 앨범이다. 이들이 단 하나의 졸작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록 전문 월간지 ‘파라노이드’의 한명륜 필자는 “벨러미의 기타는 멋진 음색을 갖고 있지만 표현에 있어 아쉬운 점이 많다. 전작에 비해 기타의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시도는 부분적으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