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떨리는 음압병동, 동료 보며 힘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메르스 어디까지]
보호장구 담당 안수경 간호사

전쟁에서 ‘보급’을 담당하는 군인은 최전선에서 총을 쏘는 사람만큼 중요하다. 필요한 물자를 제때 확보해 장기전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메르스 치료 물품을 구매·이송하는 안수경 간호사(44·사진)는 ‘메르스 전쟁’의 ‘보급 담당관’이다. 안 씨는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1시에 퇴근하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그녀의 주 업무는 메르스 환자 치료에 필요한 각종 의료장비를 확보하는 것. 주삿바늘, 산소마스크뿐 아니라 의료진 감염 방지를 위한 보호장구를 전달하는 게 그녀의 일이다. 확진환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음압병동 내 치료·격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방역복을 확보하는 데에도 비상이 걸렸다. 의료계에선 ‘보호장구 없어서 환자를 못 돌보게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녀는 발 빠르게 확보한 치료 물품을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동으로 가져간다. 최소 하루 두 번씩 매일 전달하는 일을 맡은 것이다. 그녀에게도 두려움은 있다. 의료인이기 전에 한 가정의 어머니이다 보니 ‘내가 감염되면 안 된다’는 걱정도 있다. 음압병동 자동문 앞에 설 때마다 심장이 방망이질하듯 뛰지만 애써 누른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복잡한 고민과 염려는 내려두고 매뉴얼대로 움직이자’고 주문을 건다.

불안감만큼 그녀를 옥죄는 것은 ‘편견’이다. 새벽에 출근하느라 택시를 타면 “국립중앙의료원이라고요? 근처에서 내릴 거죠?”라고 묻는 기사가 90%다. 최근 안 씨는 메르스 감염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다가 감염된 간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감염의 두려움, 사회적 편견에 맞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 모두 ‘전우(戰友)’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전선에서 나의 동료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의 용기를 닮자’고 나 스스로에게 말한다”고 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간호사#안수경#메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