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 해상헬기 후보선정 ‘입김’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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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단, ‘와일드캣’ 비리 관련 出禁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62)이 해상작전헬기 도입 과정에서 거액을 받고 부정한 청탁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의 방위사업 비리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김 전 처장을 출국금지하고 조사 일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김 전 처장은 공군 중위로 전역한 뒤 1991∼2002년 프랑스 방위사업체 아에로스파시알의 한국지사장과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 수석고문 등을 지낸 뒤 2003년까지 국내 방위사업체 D사를 운영한 방산업계의 ‘마당발’이다. 2013년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차기 사장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방위사업체 대표와 보훈처장 등을 지내면서 국내외에 두터운 군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 전 처장은 ‘병역 명문가’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김 전 처장의 아버지는 김신 전 공군 참모총장이고, 아들(29)은 공군 중위로 전역해 지난해 7월 일가족이 병역명문가 특별상(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합수단은 김 전 처장이 이처럼 방산업계와 군에 구축한 인맥을 활용해 영국-이탈리아 합작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의 와일드캣(AW-159)이 차기 해상작전헬기 후보군에 올라가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미 구속된 박모 전 해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 등 해군 방위사업청 관계자 7명이 와일드캣의 구매시험평가서를 경쟁 기종보다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면, 이들의 ‘윗선’에는 와일드캣이 후보군에 포함되도록 입김을 가한 세력이 따로 있었다는 게 합수단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코스키’의 시호크(MH-60R)가 단일 후보로 거론되던 상황에서 갑자기 와일드캣이 경쟁 기종으로 올라왔다”는 얘기가 많다.

합수단은 특히 2012∼2013년 해상작전헬기 작전요구성능(ROC)이 일부 변경된 데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합동참모본부와 방위사업청, 선행 연구기관 등에서 논의된 ROC에는 실물 평가를 바로 수행할 수 있는 시호크에 유리한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추후 와일드캣에 적합한 내용들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이 시기에 김 전 처장이 최윤희 당시 해군 참모총장(현 합참의장) 등 해군 최고위층과 접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2013년 1월 와일드캣이 최종 낙점된 과정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활동 반경이 넓고 탑재 중량이 큰 시호크로 분위기가 기울다가 막판 심사 과정에서 와일드캣으로 뒤집혔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급하게 결정이 내려졌다”는 등의 얘기가 돌았다.

이에 따라 당시 시험평가서를 최종 결재한 최윤희 합참의장의 소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합수단은 조만간 김 전 처장을 조사한 뒤 최 의장 소환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김양#해상헬기#와일드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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