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낙제점 받은 박근혜 리더십, 더 물러설 곳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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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낙제점이었다. 동아일보가 정치 분야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나온 평가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메르스 사태의 초동 대응에 실패해 ‘세월호 7시간 논란’과 비슷한 신뢰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 동아일보가 전문가들에게 물었을 때도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와 관련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서면 보고와 전화 보고만 받다가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6일 만인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첫 대면보고를 받았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6일 동안 주무 장관의 대면보고를 받지 않은 것은 청와대와 정부청사가 각각 서울시와 세종시에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달 1일 언론에 메르스 감염자가 18명으로 집계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도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메르스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고 발언한 것도 단순한 수치 착오로 넘어가기에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어제 박 대통령은 복지부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해 총력 대응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재래시장을 찾고 학교를 탐방하며 국민과 기업이 일상생활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로 한국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박 대통령이 사태 초기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전면에 나서 분명한 컨트롤타워를 세웠더라면 초기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인터넷에 퍼지는 메르스 관련 루머에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담겨 있는데도 이를 ‘괴담’ 정도로 치부하고 경찰 수사 운운한 것도 정부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메르스로 인해 격리된 사람들의 누적 집계 수가 1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박 대통령은 보여주기 식 행보에 치중할 때가 아니다. 오늘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황 총리에게 곧바로 메르스 범정부대책본부장 역할을 맡겨야 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행정력을 결집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메르스 사태의 극복도 늦어지고 리더십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해 향후 국정의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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