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르스 극복의 희망’ 의료진에게 뜨거운 박수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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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이후 전국 곳곳의 의료진이 메르스에 맞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발생 초기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이 환자 치료를 전담했으나 의심환자가 급증하면서 이달 10일 이후에는 전국 47개 거점병원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160여 명의 확진환자 치료는 물론이고 기관 격리를 받고 있는 500여 명의 의심환자를 관리하면서 메르스 검사를 원하는 일반인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이후 곧 한 달을 맞는다. 의료진은 외부와 격리된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으나 점차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의사 100명, 간호사 300명이 메르스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매달려 있다. 환자 한 명에 간호사 5명이 2∼4시간씩 교대로 투입된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복을 입고 한 번씩 병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는 시시때때로 이들을 괴롭힌다.

실제로 의료진의 메르스 감염 비율은 높은 편이다. 어제 추가된 확진환자 8명 가운데 2명은 삼성서울병원 방사선 기사와 강동경희대병원 레지던트다. 방사선 기사는 메르스 환자를 촬영하다가, 레지던트는 응급실을 찾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하다 감염됐다. 지금까지 확진환자 162명 가운데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감염은 15건이고 간병인 7건까지 합치면 비율이 13.5%에 이른다. 대전 건양대병원의 수간호사 신모 씨는 위급한 메르스 환자에게 감염됐다. 그는 방역복을 입고 응급실에서 20분에 걸쳐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환자의 체액이 몸에 묻었다. 신 씨가 급히 이송되고 응급실이 어쩔 수 없이 폐쇄됐을 때 간호사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우리는 손을 놓을 수 없다. 놓아서도 안 된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작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체력적 정신적 고통보다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다. 일부에서는 감염을 이유로 의료진 자녀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의료진 가족이라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배척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뛰어든 메르스 전사(戰士)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자녀까지 왕따시키는 것은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마저 외면하는 일이다.

‘배제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증세를 숨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숨은 메르스 환자가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가능성이 높아져 사회 전체가 더 큰 위기에 빠진다. 전국의 의료진은 메르스 극복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희망이다.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힘찬 박수를 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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