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병사 ‘노크 귀순’ 이어 이번엔 ‘1박 귀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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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전날밤 GP 근처서 날 밝기 기다려

최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귀순 전날 밤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 바로 앞까지 와서 기다렸다가 다음 날 아침 한국군에게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룻밤 대기한 뒤 귀순한 ‘1박 귀순’인 셈이다. 결국 비무장지대(DMZ) 내 GP의 감시태세가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는 14일 밤 북측 철책을 통과한 뒤 한국군 GP 북쪽으로 500m가량 떨어진 언덕에 도착해 날이 밝길 기다리다가 다음 날 오전 7시 55분경 GP 상황실 4m 앞까지 접근했다.

당시 한국군 경계병은 인근 철책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현장을 확인해 북한군 병사를 최초 발견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GP 소대장이 현장으로 달려 나가 북한군의 신분과 귀순 의사를 확인하고 GP 안으로 유도했다”고 말했다.

귀순한 병사는 북한군 7군단 여단급 지휘관의 운전병으로 7일부터 함흥에서 차량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강원 김화 지역까지 200km를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북한군을 만나면 약초를 캐러 왔다고 둘러대면서 추적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군 관계자는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19세에 키는 약 160cm, 몸무게는 50kg대 초반으로 남측의 또래에 비해 왜소하지만 건강은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부대 내 간부와 선임병의 상습 구타에 불만을 품고 귀순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군과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 중앙합동신문조는 북한군 병사의 귀순 경로와 대공 용의점 등을 조사 중이다.

군 당국은 대북 야간감시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당시 야간 날씨가 10m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었고 잡목이 우거져 시야가 크게 제한됐다”며 “당시 GP 부대원들은 규정에 따라 경계근무를 섰다”고 말했다.

앞서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 1명이 강원 고성 동부전선으로 넘어와 한국군 일반전방소초(GOP) 부대의 창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표명한 이른바 ‘노크귀순’ 사건으로 군 관계자들이 줄줄이 문책을 당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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