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의원에서도 4차 감염… 대형병원 중심 방역망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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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숨겨진 감염자’ 속속 드러나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16일 발표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규 감염자는 4명(총환자 수는 154명).

전반적인 메르스 확산 추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메르스 2차 유행지인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던 가족들이 격리 조치 없이 지내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잇따르는 등 4차 감염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아직 긴장을 늦출 때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큰 문제(대규모 감염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숨겨진 환자 찾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4차 감염자 동네병원 전전

이날 추가된 메르스 환자 중에는 동네의원급 병원에서 감염된 4차 감염자도 포함돼 있다. 153번 환자(61)는 4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서울삼성의원을 방문했다가 118번 환자(67·10일 확진, 13일 사망)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118번 환자는 14번 환자(35)가 삼성서울병원에 가기 전 평택굿모닝병원에 있을 때 감염된 3차 감염자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118번 환자는 메르스 증세를 감기로 오인해 4일 동네의원을 방문했고, 이때 153번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다.

153번 환자도 메르스 증세가 발현된 뒤에도 이를 감기로 알고 15일까지 용인시내 다른 병원을 3차례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153번 환자는 다수의 접촉자를 양산했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은 153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최소 74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강동경희대병원에서도 4차 감염 의심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A 씨(32)는 5일 고관절 골절로 응급실을 방문한 76번 환자를 진료했고 16일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당시 환자가 호흡기 증상이 없었고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사실도 말하지 않아 접촉을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관리망 벗어난 삼성서울병원 감염자 추가 발생

삼성서울병원에서 숨겨진 환자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날 추가된 4명의 감염자 중 3명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환자였던 것. 이들은 모두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가 머물렀던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감염 위험이 있었던 사람들이지만 보건당국은 이들을 관리 대상에 넣지 않았다.

특히 대구 남구 공무원인 154번 환자(52)의 경우 지난달 27,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어머니를 병문안했다. 함께 병문안을 갔던 누나는 10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가족중에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관리 대상에서 누락된 셈이다. 154번 환자는 15일 오한 등 메르스 의심증세로 신고를 하기 전까지 직장생활뿐 아니라 회식에 참석하고 대중목욕탕까지 다녀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151번(38)과 152번 환자(66)의 경우 지난달 27일 가족을 간병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 환자’였던 이들의 가족들은 자가 격리 조치를 받았지만 ‘가족 간병자’였던 본인들은 보건당국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의무기록에 남아 있는 접촉 의심자 외에도 더 적극적으로 접촉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면 숨겨진 환자 발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다시 한 번 접촉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가족 심리 치료도 지원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망자 유가족을 상대로 심리 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전염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가족들이 스트레스, 불안, 불면 등 정신적 문제를 보이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은 국립서울병원에 심리위기지원단을 마련하고, 5개 국립병원과 광역 정신건강센터 내에 위기상담대응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의 전문 인력이 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원칙상 유가족은 직접 방문해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자가 격리자에게도 화상 전화로 심리 치료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또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기관 중 확진환자 수가 많은 곳은 현장대응팀이 관리하는 ‘집중관리병원’으로 지정했다. 이 병원들에는 보건당국의 지원 인력들이 파견돼 모든 대상자가 격리 해제될 때까지 방역 업무를 담당한다. 여기에는 삼성서울병원, 건양대병원, 메디힐병원 등 다수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포함됐다.

세종=김수연 sykim@donga.com / 이세형·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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