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메르스… 고통 분담해야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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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감염 4명 그쳤지만 방심 금물
○ 시민, 환자 접촉땐 자진 격리하자
○ 격리자, 불편해도 지침에 따르자
○ 병원, 감염자 치료 거부하지 말자
○ 당국, 사투 의료진 전폭 지원하자

국내 일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발생 수가 사흘(14∼16일)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16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기간중에 확인된 신규 환자는 △14일 7명 △15일 5명 △16일 4명이다. 신규 환자가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한 이달 7일 이후, 사흘 연속 한 자릿수에 그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메르스 확산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지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산 움직임이 둔화된 건 맞지만 ‘잠재적 슈퍼 전파자’와 ‘숨겨져 있던 감염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보건의료계에서는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안정적으로 승리하려면 보건당국 못지않게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메르스가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보건당국의 비효율적인 대응이었지만, 일반 국민의 감염병에 대한 부족한 시민의식도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사람이 메르스 퇴치에 동참한다는 자세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먼저 나서서 메르스 예방과 치료 자세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 최근 확인된 일부 환자의 경우 자신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고,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에 다녀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보건당국에 자신의 상황을 알리거나, 자발적인 격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154번 환자(52)는 지난달 말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고, 동행했던 누나(110번 환자)가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자유롭게 직장, 목욕탕, 지역병원 등을 오가며 사람들과 접촉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154번 환자가 누나가 확진받은 직후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면 접촉자 수도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격리자에게 구호품을”… 또 다른 ‘메르스 戰士’ 자원봉사자들 16일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 적십자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메르스 감염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자가 격리된 부산지역 거주자들에게 보낼 쌀과 라면 등의 응급구호품을 상자에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보건당국 못지않게 성숙한 시민의식도 중요하다”며 “메르스가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보건당국의 비효율적 대응이지만 감염병에 대한 부족한 시민의식도 한 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격리자에게 구호품을”… 또 다른 ‘메르스 戰士’ 자원봉사자들 16일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에서 적십자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메르스 감염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자가 격리된 부산지역 거주자들에게 보낼 쌀과 라면 등의 응급구호품을 상자에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보건당국 못지않게 성숙한 시민의식도 중요하다”며 “메르스가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보건당국의 비효율적 대응이지만 감염병에 대한 부족한 시민의식도 한 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이미 자가 격리 중인 사람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자가 격리자가 계속 늘어 5238명(16일 기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이들을 일일이 점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자가 격리 대상자들이 불편하더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줘야 한다”면서 “보건당국도 점검 절차를 느슨하게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들도 달라져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사례에서 보듯 보건당국의 조사와 자료 요청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모습부터 사라져야 한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일단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는 ‘환자 핑퐁’ 현상도 마찬가지다. 서울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보건당국 못지않게 대형 병원들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신뢰를 잃었다”며 “지금부터라도 책임의식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보건당국 또한 검사비 등 메르스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일선 민간 의료기관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이 피로감과 인력 부족 현상을 느끼는 만큼 군 의료진 투입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세형 turtle@donga.com / 세종=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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