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은행서 돈 빌릴 일 없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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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리 3%대… 회사채-CP금리는 2% 이하
2015년 들어 7조 시장서 직접 조달

올 들어 기업들이 필요한 돈을 은행이 아닌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들의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금액) 규모는 1조9000억 원으로 전달(7000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5월까지 5개월간의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2조1000억 원으로 작년 1년간의 순발행 규모(1조8000억 원)를 이미 넘어섰다. 아울러 같은 기간 기업어음(CP) 순발행 규모는 3조3000억 원, 주식발행 규모는 1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5개월 동안 회사채·기업어음·주식발행 3가지 방식으로 시장에서 직접 조달한 자금이 총 7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해 1년(6조4000억 원)간의 조달 규모보다 크다.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은 저금리 영향으로 회사채나 CP 발행을 통한 조달비용이 은행 대출금리보다 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회사채나 CP 금리는 빠른 속도로 떨어져 현재 연 2% 이하 수준이다. 실제로 15일 기준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AA- 등급) 금리는 연 2.0%였다. 91일 만기 CP 금리는 연 1.62%였다. 반면 기업들이 쓸 수 있는 은행 대출금리는 하락 속도가 늦어 여전히 3%대를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신규대출액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3.67%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은행돈을 갚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대기업 은행대출 잔액은 5월에만 2조 원이 줄어드는 등 2월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은행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조달비용을 아낄 수 있는 직접금융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저금리 기조로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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