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 지휘봉 2개월… “겨울코트, 젊음으로 새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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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농구 39세 사령탑 최태웅-조동현

4월 2일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감독(39)을 선임했다. 배구팬들은 깜짝 놀랐다. 프로배구 최초로 선수가 사령탑이 됐기 때문이다. 5일 뒤 프로농구 kt가 새 감독을 발표했다. 이번엔 농구팬들이 놀랐다. 베테랑 지도자 대신 모비스에서 두 시즌 코치를 했던 조동현 감독(39)이 발탁됐기 때문이다.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후인정은 41세,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문태종은 40세다. 이들보다도 젊은 최연소 사령탑인 두 감독이 팀을 맡은 지 2개월이 넘었다. 날씨만큼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동갑내기 초보 감독의 얘기를 들어봤다.

○ “처음엔 얼떨떨… 이제는 자신감 생겨”

▽최 감독=처음 감독 얘기를 들었을 때는 거의 ‘멘붕’이었다. 코치를 안 거쳤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적응도 되고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41)이 우승하면서 우리도 젊은 감독을 뽑았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세진이 형이 우승하기 전에 제의를 받았다(웃음).

▽조 감독=제안을 받았을 때 얼떨떨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님께 상의드리며 “더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기회가 왔을 때 가라”고 하셨다. kt는 2004년부터 9년 동안 뛰었던 팀이라 잘 안다. 물론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각오하고 있다.

▽최 감독=부임했을 때 선수들이 많이 지쳐 있었다. 무엇보다 5위라는 성적이 선수들로서는 충격이었다. 선수로 같이했기에 그 마음을 너무 잘 안다. 그것부터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조 감독=팀에 와 보니 주전과 비주전 사이의 체력 격차가 크더라. 선수 시절에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잘 뛰어야 팀이 잘 돌아간다. 운동량을 많이 늘렸다.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선수들이 이겨내길 바란다.

○ 코치도 30대로… “젊다는 것은 분명히 장점”

두 감독은 부임 후 코치진을 개편했다. 조 감독은 kt 선수였던 송영진(37)을 중심으로 박종천(36), 박상률 코치(34)로 보좌진을 꾸렸다. 코치 3명의 평균 나이는 35.7세. 지난 시즌 kt 코치 3명의 평균 나이는 43세였다. 최 감독은 함께 뛰던 여오현(37)과 윤봉우(33)를 코치로 내세웠다. 평균 35세.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 코치 2명의 평균 나이는 41.5세였다.

▽조 감독=농구단이 작기는 해도 엄연히 조직이다. 서열이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우리 문화에서 코치가 감독보다 나이가 많으면 서로 불편할 것이다. 젊다는 것은 경험 부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패기라는 장점이 있다.

▽최 감독=선배를 코치로 쓰면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후배들인 리베로 여오현을 ‘플레잉 수석코치’로, 센터 윤봉우를 ‘플레잉 코치’로 선임했다. 경기를 뛰면서 코치를 하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에 전담 코치도 물색하고 있다.

○ 스타일이 다른 두 감독… “목표는 우승”

최 감독이 온 뒤 훈련 방식은 확 달라졌다. 코트를 2개로 나누고 네트도 나눠서 연습을 시킨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비치발리볼 연습장도 모래를 더 부어 놓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후 9시 이후에는 개인 훈련도 금지했다. 그동안 현대캐피탈이 부진했던 데는 ‘숙소와 체육관이 한 건물이라 후보 선수들의 훈련 소리 때문에 주전들도 편히 못 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이 팀의 김성우 사무국장은 “선수들 생각을 잘 알아서 그런지 훈련할 때와 쉴 때를 명확히 구분한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kt도 달라졌다. 이전보다 훈련 강도가 훨씬 세졌다는 게 프런트의 얘기다. 반준수 kt 홍보팀 차장은 “감독님이 코트에서 시범을 보이고 몸싸움까지 같이 한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등 하루 4차례 이어지는 훈련에 힘들어하던 선수들이 이제는 잘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처음에 부상자가 나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밀고 나갈 생각이다. 지금 못 하면 나중에도 못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감독은 한목소리로 목표가 우승이라고 했다. 직전 시즌에 플레이오프에도 나가지 못한 팀 목표가 너무 높지 않으냐고 물었다.

▽조 감독=지난 시즌을 봐라. 어느 팀은 화려한 멤버로도 플레이오프에 못 나갔지만 전자랜드는 내로라하는 스타 없이도 돌풍을 일으켰다. 진정성이 밴 땀이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최 감독=현대캐피탈은 매 시즌 우승후보로 꼽힌 팀이다. 그럼에도 왜 우승을 못 했는지 선수들이 잘 안다. 내가 추구하는 ‘빠른 배구’를 통해 선수들의 열망을 좋은 결과로 이끌어 내고 싶다. 그게 ‘현대맨’으로서 내가 할 일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지휘봉#배구#농구#최태웅#조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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