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만한 HMD, 동영상은 실감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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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무게-두께 확 줄인 장치 개발

“아예, 아예, 아예∼.”

안경을 끼자 걸그룹 EXID의 신곡 ‘아예(Ah Yeah)’의 뮤직비디오가 흘러 나왔다. 눈 바로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TV로 볼 때보다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손을 뻗으면 가수들이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했다.

이 안경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최근 개발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두께 3cm, 무게 60g 정도로 작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유범재 KIST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장은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존 HMD에 비해 두께는 절반, 무게는 7분의 1 수준인 HMD를 선보였다.

HMD는 차세대 개인용 디스플레이 장치로 광학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는 특수 안경이다.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오큘러스 리프트’나 ‘모피우스’ 같은 HMD는 디스플레이가 눈앞으로 6cm가량 튀어나온 데다 무게도 400∼450g으로 무거운 편이다. 또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머리 뒤로 벨트를 묶어 착용하는 방식이어서 불편하다.

KIST 연구단은 HMD의 무게를 줄여 안경처럼 귀와 코에 걸치도록 했다. 박지형 책임연구원은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조합해 렌즈를 만드는 ‘집적형 렌즈 설계 기술’을 활용했다”면서 “이 방식으로 렌즈의 초점거리를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보통 HMD에는 비구면 렌즈 하나만 들어간다. 이 때문에 초점거리를 5cm 이하로 줄일 수 없어 안경 렌즈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가 앞으로 툭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KIST는 이 초점거리를 2.5cm로 절반가량 줄였고, 디스플레이 두께도 대폭 얇아졌다.

연구단은 이번에 개발한 HMD를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창업도 준비하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가정이나 지하철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HMD의 크기를 계속 줄일 계획”이라면서 “일반 안경 크기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유 단장은 “이번에 선보인 기술은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미래 사회에 대비한 신기술”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가 제공된다면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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