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기름 건네려… 새벽 3시에 3km 걸어온 분, 미·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채널A ‘두근두근 카메라 미·사·고’ MC 김국진-이지애씨

채널A 프로그램 ‘두근두근 카메라 미·사·고’의 MC를 맡고 있는 김국진 씨(왼쪽)와 이지애 씨. 1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돌다리에 선 두 사람은 “감동을 전하는 따듯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채널A 제공
채널A 프로그램 ‘두근두근 카메라 미·사·고’의 MC를 맡고 있는 김국진 씨(왼쪽)와 이지애 씨. 1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돌다리에 선 두 사람은 “감동을 전하는 따듯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채널A 제공
“겨울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가다가 새벽 3시에 기름이 떨어진 적이 있어요. 갓길에 세우고 한참 손을 흔드니까 덤프트럭이 잠깐 서요. 사정을 듣더니 ‘아, 그래요’ 하고 그냥 가더라고요. 한참을 서 있는데, 멀리서 누가 걸어오는 거예요. 아까 그 트럭 기사 분이었어요. 톨게이트를 나가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서 페트병에 담아서 되돌아 걸어온 거죠. 족히 3km는 걸었겠더라고요.”

채널A 프로그램 ‘두근두근 카메라 미·사·고’(‘미사고’·일 오후 8시 20분)의 MC를 맡고 있는 개그맨 김국진 씨(50)와 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34)를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김 씨는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 그 기사분이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했다.

‘미사고’는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뜻. 평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 단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몰래 이벤트를 벌여 감동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14일 6회에는 17세 사위와 젊은 장모의 사연 등을 다뤘다. 독한 설정과 공격적인 말투의 예능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점잖고 착하게’ 방송하고 있는 김 씨와 잘 어울린다. 김 씨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제목만 보고 MC를 맡기로 결정했다”며 “진행하다 보면 출연자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눈물을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사고’는 고부 갈등으로 시어머니와 2년 동안 연락을 끊은 며느리가 죄송하다며 화해를 청하거나 간 이식을 해 준 아들에게 아버지가 고마움을 표하는 등 출연자들의 감정이 밀도 높게 드러나는 상황이 많다. 김 씨는 “감정의 흐름을 봐서 두 사람 자체로 충분하다 싶으면 빠져 있다가 분위기를 풀어야겠다 싶으면 그 사이로 들어간다”며 “출연자 사이에 쌓인 감정의 매듭을 어느 한 부분 풀어 주면 나머지는 두 분이 알아서 푼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가 진행자 대신 출연자로 나서도 매번 다른 사연으로 6개월 치 방송 분량이 나올 것 같다”며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저도 미안하고 고마운 누군가에게 가슴에 품은 말을 털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아나운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가 딸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씨는 “독하고 센 프로그램은 잘할 자신이 없다”며 “KBS 입사했을 때부터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전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사·고#김국진#이지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