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온실가스 지나친 규제땐 산업空洞化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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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정부 감축안에 반대 “온실가스 감축목표 무리”

《 재계가 이달 11일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33개 경제단체와 한국동서발전, LG화학 등 발전 및 에너지 업종 38개 기업은 16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통해 “정부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감축 목표의 하향 조정을 건의했다. 재계는 “정부 목표안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최소 0.22%포인트 하락시켜 경제성장률을 3% 아래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

“경제인들의 마지막 호소입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에서 재계를 대표해 발표자로 나선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포스트(Post) 2020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案)은 산업 공동화 현상을 초래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30년을 감축 달성 시점으로 잡은 포스트 2020 목표안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목표(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에 비해 대폭 완화됐다.

○ 배출 전망치부터 잘못됐다는 재계

정부 계획안은 1안부터 4안까지 총 4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1안은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14.7%, 가장 강력한 4안은 31.3%를 줄이는 계획이다.

재계는 정부 계획안의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감축 목표의 기준이 되는 BAU(의도적인 감축 노력이 없을 경우 배출될 온실가스 예상치·2030년 8억5060만 t)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재계는 최소 9억 t은 넘어야 한다고 본다. BAU가 적게 계산될수록 기업의 실제 감축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계산 과정에서 경제인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제시한 주요 감축수단이 이미 도입돼 사용 중이거나 활용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부는 탄소저감장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등의 최신 기술과 원자력발전소 비중 확대 등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부분 최신 기술이 이미 적용돼 있어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쓴다는 계획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전이나 CCS 기술도 안전과 유해성 문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국가 위신만 고려…기업 경쟁력 약화”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나온다. 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은 선진국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조업이 핵심인 한국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도한 감축 계획 때문에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가 지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재계는 이미 포스트 2020 계획을 내놓은 주요국의 경우 자국 산업구조와 경제 여건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들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1990년은 유럽에서 제조업이 피크였던 시기다. 이 시기 대비 40∼50% 감축한다는 계획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바뀐 현재 상황에서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이다.

박 전무는 “국가 위신도 중요하지만, 실익(實益)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제조업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이 자국 산업 이익을 위해 전략적 판단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만 앞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환경단체도 반발…정부 부처마다 견해 달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국내외 환경단체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감축량이 가장 많은 4안을 적용해도 이명박 정부가 2009년 발표한 2020년 감축 목표량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감축 목표가 퇴보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지구의 벗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10개 국제 시민단체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지켜 진전된 감축 목표 마련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 내에서도 부처 입장에 따라 선호가 엇갈린다. 환경부와 외교부는 4안, 산업통상자원부는 1안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별 업무 성격에 따른 것이다.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2안이나 3안으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무조정실 녹색성장지원단은 “정부 계획은 경제성장률과 산업구조, 국내총생산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적 요구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검토한 뒤 최종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호경·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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