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마법사의 첫 발걸음] NC·kt 출발점 달라도 10년 이후를 내다봤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7일 05시 45분


NC 김경문 감독(오른쪽 두번째)은 KBO리그 역사상 1982년 원년 6개 팀을 제외한 창단팀 사령탑 중 유일하게 재계약에 성공한 기록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NC 김경문 감독(오른쪽 두번째)은 KBO리그 역사상 1982년 원년 6개 팀을 제외한 창단팀 사령탑 중 유일하게 재계약에 성공한 기록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0. 창단팀 감독의 첫번째 재계약 성공 <끝>

‘화수분 야구’ 김경문감독에 힘 실어준 NC
작년 PS 진출·올시즌 선두권 질주로 보답
막내 kt, NC에 비해 발전속도는 느리지만
불펜 안정화·팀 내 포지션 경쟁 등 긍정적

NC 김경문 감독은 한 가지 특별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팀들을 제외한 창단팀 감독 가운데 재계약에 성공한 유일한 사령탑이 김 감독이다.

2011년 NC와 3년 계약(2012∼2014시즌)을 하고 창단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은 2012년 퓨처스리그 데뷔, 2013년 1군 데뷔를 차례로 이끌었다. 3년의 계약기간은 꽤 긴 듯했지만,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NC 프런트는 첫 계약의 마지막 해인 2014년 1월 3년(2014∼2016년) 재계약을 김 감독에게 선물했다. 신예 육성과 FA(프리에이전트) 영입, 완성된 외국인선수 전력 등을 바탕으로 4강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사령탑의 레임덕을 방지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단이었다.

NC는 결국 2014년 1군 진입 2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올 시즌에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김 감독과의 3년 재계약 이후 젊은 선수들의 과감한 군 입대 등 장기적 시각의 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김 감독의 2번째 계약 마지막 시즌은 2016년이다. 공교롭게도 제10구단 kt 조범현 감독의 3년 계약 마지막 해도 2016년이다. 팀 문화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않았고,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은 신생팀일수록 감독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기에 향후 kt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빙그레, 쌍방울, SK는 두 번째 사령탑 때 성적을 냈다. 그러나 지금 KBO리그의 생태계는 20년 전,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다. 특히 NC와 kt는 아직 다른 팀들처럼 육성 시스템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완전치 않다.

NC와 kt 창단 감독의 공통점은 단기적 성적보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리며 팀을 설계한 점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타자로서 잠재력이 일찍 폭발했지만, 김 감독이 조급했더라면 특급 좌완투수 나성범의 타자 전향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kt의 과감한 트레이드, 다양한 포지션 전환과 같은 파격적 실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kt는 1군 데뷔 2시즌 만에 안정적 전력 구성을 마친 NC에 비해 발전속도가 더딘 편이다. 여러 환경적 영향 탓이 크다. 그러나 올 시즌 반환점을 돌기 전에 불펜이 완성되고, 치열한 팀 내 포지션 경쟁이 시작된 것을 보면 2016년 이후가 비관적이지 않다.

공룡과 마법사의 첫 발걸음은 팀명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였다. 신선한 시도와 시행착오, 영리한 선택과 안타까운 결정이 교차한 두 팀의 모습은 프로야구뿐 아니라 한국프로스포츠 전반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김 감독과 조 감독은 2년의 시간차를 두고 같은 말을 했다.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에 누가 되지 않고, 더 큰 발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생각하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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