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건강식품-화장품… 미래산업으로 뜨는 양잠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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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제조서 탈피 응용분야 확대… 농가의 새 소득원으로 자리잡아
체험관광 등 6차농업 모델로 주목… 영천에 ‘양잠 종합단지’ 8월 완공

16일 경북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 누에체험학습관에서 주민이 누에 먹이인 뽕잎을 주고 있다. 이곳은 누에 관찰과 체험 및 전시 공간으로 구성됐다. 영천시 제공
16일 경북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 누에체험학습관에서 주민이 누에 먹이인 뽕잎을 주고 있다. 이곳은 누에 관찰과 체험 및 전시 공간으로 구성됐다. 영천시 제공
경북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에서는 요즘 누에치기가 한창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에는 뽕밭 70만여 m²가 펼쳐져 있다. 농약을 쓰지 않아 누에를 키우기에 좋은 지역으로 ‘누에마을’로 불린다. 30여 농가 주민들은 하루 3번 누에에게 뽕잎을 먹이고 틈이 나면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수확한다.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1800여만 원이며 일부는 억대 수익을 올린다.

농민들은 이달 말부터 고치를 짓기 전 누에를 쪄서 말리는 작업을 한다. 이후 누에 진액과 분말, 알약으로 건강식품 10여 가지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이 마을에 있는 누에체험학습관은 연간 3만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오디 따기 체험도 인기다.

영천의 전체 뽕밭은 128만 m²로 전국 1위(25% 차지)다. 120여 농가가 연간 60여 t을 생산해 30여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최필환 영천양잠농협조합장은 “누에의 활용 가치가 높아지면서 소득이 매년 늘고 있다. 오디로 만든 한과 초콜릿 등 기능성 식품이 본격 생산되면 지금보다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의 양잠(養蠶)이 미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크(비단) 제조에만 머물러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수년 전부터 다양한 분야로 응용되면서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입는 양잠에서 식품 가공과 소재 개발, 체험 관광 등이 융합하는 6차 농업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경북도와 영천시는 8월 오룡마을에 기능성 양잠산물 종합단지를 완공한다. 2012년 사업을 추진한 지 3년여 만이다. 3160m²에 뽕잎을 이용한 한과 식혜 엿 등을 만드는 전통 식품 생산 시설을 비롯해 전시 판매 체험 시설 등을 갖춘다. 단지가 가동되면 영천의 양잠 농가는 지금의 2배인 270가구, 매출액은 10배 많은 35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천시는 단지 조성에 맞춰 신제품 3, 4개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기능성 양잠을 집중 육성하고 주말 농장과 누에 축제 같은 관광 기반을 확충해 양잠산업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잠은 197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다가 1980년대 이후 화학섬유와 중국산에 밀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분야를 넓히면서 매년 성장하고 있다. 먹는 양잠뿐 아니라 누에고치 단백질이 첨가된 비누와 화장품 치약이 나왔고 2012년에는 의료용 인공 고막도 개발됐다.

경북은 전국 누에 사육량의 48.2%를 차지하며 영천 예천 영덕 경주 상주가 중심이다. 양잠 생산액은 2011년 73여억 원에서 2013년 113여억 원으로 35%가량 증가했다. 경북도는 매년 양잠산업 육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경주 김천 안동 영천 상주 군위 영덕 예천 울진 등 9개 시군에 24여억 원을 들여 뽕밭 조성과 저장 시설 확충, 포장재 개발을 지원한다. 2007년부터 주요 양잠 산지에 연간 2억여 원을 투자해 어린 누에 공동 사육도 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건강식품#화장품#양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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