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가뭄피해 막아라” 강원 지자체 총력전 펼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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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이용해 급수지원 나서고 양수기 동원 농경지에 물 끌어들여
민관군 봉사-지원활동 활기

강원 강릉소방서 소속 소방차가 관내 농경지에 물을 뿌리고 있다. 강원도내 소방서들은 화재 출동을 위한 최소한의 차량만 남기고 나머지 차량은 가뭄 극복을 위한 급수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 강릉소방서 소속 소방차가 관내 농경지에 물을 뿌리고 있다. 강원도내 소방서들은 화재 출동을 위한 최소한의 차량만 남기고 나머지 차량은 가뭄 극복을 위한 급수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2리 18가구 주민들은 요즘 인제소방서 대원들의 소방차 급수가 생명수나 다를 바 없다. 봄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생활용수로 쓰던 지하수와 계곡물이 말라 소방차 급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제소방서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9일부터는 거의 매일 하루 2차례씩 총 12t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소방차에서 마을에 설치된 물탱크에 물을 옮기는 시간은 한 차례당 20∼30분. 차에 물을 채우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2시간은 족히 걸리는 고단한 일이다.

박호경 인제소방서 방호조사담당은 “가뭄으로 예년에 비해 산불이 많이 난 데다 급수 요청도 많아 대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급수 지원도 화재 진압 못지않게 주민 안전을 위한 활동으로 여기고 신속하게 물을 공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삼 남전2리 이장은 “밭이 말라 옥수수 파종도 못 할 정도지만 생활용수라도 공급받을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방대원들의 급수 지원 활동은 강원도 내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16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소방차 급수 지원은 1289차례 5515t이다. 특히 5월 급수 지원이 176건 1047t이었는데 이달 들어 벌써 279차례 1543t일 정도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도소방본부는 급수 지원이 가능한 소방차 193대 가운데 화재 출동을 위한 최소한의 대기 차량을 제외한 81대(42%)를 급수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가뭄 피해 방지에 필사적이다. 강원도와 시군은 살수차와 스프링클러, 양수기를 동원해 메마른 농경지에 물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대형 관정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가뭄대책 사업비로 81억4700만 원을 긴급 지원했으며 예비비 38억 원 투입 및 국비 55억 원의 특별 지원을 건의할 계획이다.

민관군의 봉사 및 지원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16일 시위진압용 물차 4대를 정선군에 지원했고, 강원도 농정국 직원 40여 명은 12일 태백시 창죽동, 14일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배추 정식과 물 대기 봉사 활동을 벌였다. 앞서 삼척경찰서 직원 50여 명도 11일 삼척시 미로면을 찾아가 양수기를 활용한 물 대기와 잡초 제거 등을 펼쳤다.

해군 108전대는 양양군 현북면 지역에 소방차 1대와 장병 2명을 투입해 하루 50t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고성의 파인리즈골프장은 9일부터 인근 농가에 급수 차량을 지원하고 있으며 벽천레미콘산업은 양수기 10대를 지원했다. 또 속초시와 자매도시인 경기 오산시는 5t 탱크로리를 보내 급수 활동을 도왔다.

춘천시 신북읍 농민들은 선제적인 대응책으로 가뭄 피해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천전리, 유포리, 율문리, 산천리 지역 농민들은 소양강댐 물을 끌어들이기로 하고 춘천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달 말 1.7km의 송수관로를 연결했다. 이에 따라 하루 1만 t의 물을 끌어들이면서 가뭄 걱정을 덜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가뭄 방지 노력에도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도내 강수량은 160.8mm로 평년의 48%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317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43.1%로 지난해 50.8%, 평년 64.7%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내 논 3만2400ha 가운데 99.8%에 해당하는 3만2330ha에서 모내기가 이뤄졌지만 602ha에서 물 마름 현상이 발생했다. 밭작물은 파종 시기를 맞은 3만2510ha 가운데 9052ha(27.8%)에서 파종이 이뤄지지 못했고 파종한 밭 가운데 3478ha에서 시듦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평창, 정선, 강릉, 태백 등지의 고랭지 채소밭 상황이 심각한데 파종 면적이 3038ha로 계획 면적의 42.2%에 불과하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유관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비상 급수, 생수 지원 등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가뭄 극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하루속히 비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가뭄#지자체#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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