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셰프 김성규의 푸드카]평범한 듯 특별한 맛 ‘토마토 바질 파스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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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파스타 소스에 바질을 더하면 더욱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동아일보DB
토마토 파스타 소스에 바질을 더하면 더욱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동아일보DB
김성규 셰프
김성규 셰프
최근 몇 년간 거세게 불고 있는 국내 자전거 열풍의 배경에는 서울의 한가운데를 동서로 관통하는 한강 양편의 잘 닦인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빽빽하게 도로를 메운 차들이 매연을 뿜어내고 언덕길이 수도 없이 많은 서울은 결코 자전거 친화 도시가 아니다. 하지만 페달을 밟으며 신호등 하나 없는 쭉 뻗은 길을 내달릴 수 있는 한강 자전거 길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동쪽으로 뻗은 자전거 도로는 팔당대교를 기점으로 강 이북의 자전거 길 하나로 합쳐진다. 이 지점부터 경기 양평군의 양수리까지 약 11km 구간은 자전거를 탈 때만 만날 수 있는 절경의 연속이다. 예봉산과 운길산의 산기슭을 훑으면서 오른쪽으로는 한강의 물이 팔당호에 모였다가 남쪽과 북동쪽, 동쪽의 세 줄기로 갈라지는 장관을 굽어볼 수 있다.

이 일대는 주말마다 자전거 라이더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최근 두 번의 주말은 평소 인파의 4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아마도 6월 들어 더 기승인 뜨거운 날씨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인 듯싶다.

손님이 없어 한산해진 대신 반가운 손님을 맞았다. 예전에 공연 기자와 취재원 사이로 알았던 유지인 씨(40)다. 공연 기획과 홍보 쪽에서 오래 일했던 그가 중국어 관광가이드로 깜짝 변신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그는 부업으로 국내의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틈 날 때마다 외국인들은 잘 모르는 맛집이나 명소들을 소개하는 일에 점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단체관광으로 한국 와서 가는 곳들이 다들 비슷비슷하잖아요. 제가 중국에서 인기를 끈 한류 드라마 촬영지나 외국인은 잘 모르는 맛집 같은 데 데려가면 너무들 좋아해요. 이게 한국을 재발견하게 돕는 일이구나 싶었죠. 그래서 보람 있어요.”

유 씨는 지난해 중국어 관광통역 안내사 자격증을 따고 아예 직업을 바꿨다.

반가운 손님을 맞았으니 있는 식재료로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기로 한다. 햄버거의 주요 식재료인 토마토와 텃밭에서 키우는 바질을 조합한 토마토 바질 파스타. 마침 토마토는 주방에 남아돌고 바질도 근래에 계속된 가뭄을 꿋꿋이 이겨내며 잘 자라고 있다.

이름은 근사하지만 레시피는 별로 특별할 게 없다. 먼저 마늘을 얇게 썰어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올린 뒤 타지 않을 만큼의 불로 볶다가 한입 크기로 자른 토마토를 더해 뭉근히 끓여 소스를 만든다. 토마토의 수분이 많아 따로 육수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국물이 생긴다. 국물이 부족하다 싶으면 면 삶은 물을 반 컵 정도 섞는다. 걸쭉하게 됐다 싶을 때 바질을 한 움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소스는 준비 완료. 여기에 무르지 않을 만큼 삶은 스파게티 면을 소스가 잘 섞이게 뒤섞은 뒤 통후추를 갈아 뿌려 주면 완성! 막 따서 싱싱한 바질의 강한 향내가 이 평범한 파스타를 특별하게 만든다. 유 씨의 칭찬이 이어졌다.

“바질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네요. 올리브유에 마늘과 토마토로만 소스를 만들어 그런지 굉장히 담백해요.”

사실 토마토만 있으면 파스타만큼 쉽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서양 음식도 없다. 토마토는 땅에서 재배하는 과실류와 채소류를 통틀어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메이트가 가장 풍부하다.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는 100g당 글루타메이트가 246mg이나 들어 있다. 2위인 표고버섯(100g당 71mg)을 엄청난 격차로 따돌린다. 그래서 토마토를 익혀 요리할 때는 따로 육수가 필요 없다. 다른 식재료와도 두루 잘 어울려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에 어떤 식재료를 더해도 별로 음식을 망칠 일이 없다. 토마토를 익혀 요리하는 방법이 서양의 전유물도 아니다. 토마토 생산량으로는 중국이 세계 1위이고 중국에선 토마토와 계란을 함께 볶는 간단한 요리인 토마토계란볶음(시훙스차오지단)이 지극히 대중적이다.

유 씨에게 중국 관광객 대상으로 이 일대를 자전거 타고 돌아보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 보면 어떻겠느냐 하고 아이디어를 냈더니 의외의 대답을 들려줬다. 중국인들은 일상에서 워낙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외국 관광까지 가서 또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란다. 메뉴판에 햄버거를 중국어로도 써 놓았는데 괜한 짓이었나 보다.
※필자(44)는 싱가포르 요리학교 샤텍에 유학 뒤 그곳 리츠칼튼호텔에서 일했다. 그전 14년간 동아일보 기자였다. 경기 남양주에서 푸드카 ‘쏠트앤페퍼’를 운영 중이다.

김성규 셰프
#토마토 파스타#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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