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미드 수놓는 한국 배우들, 서울 풍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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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쇼스키 남매 연출 ‘센스8’

드라마 ‘센스8’에 등장한 청계천. 드라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성곽길, 한강 등 서울의 풍경을 화면에 담았다. ‘센스8’ 예고편 화면 촬영
드라마 ‘센스8’에 등장한 청계천. 드라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성곽길, 한강 등 서울의 풍경을 화면에 담았다. ‘센스8’ 예고편 화면 촬영
영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센스8’가 최근 미국 동영상 사이트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주연에 배두나를 비롯해 윤여정, 명계남, 이경영, 가수 출신 이기찬 등을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센스8’는 빠르게 읽으면 ‘센세이트’라고 발음된다. ‘(오감으로) 지각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단어 ‘sensate’와 발음이 같다. 드라마에서 센세이트는 타인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연결돼 소통할 수 있는 초능력자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한날한시 태어난 센세이트 8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센세이트의 능력은 다른 센세이트가 있는 장소로 순간이동 하거나 그 센세이트의 육체 속에 들어가 대신 활동하는 정도다. 당연히 ‘어벤져스’ 같은 날고뛰는 스펙터클은 없다. 다른 센세이트와 단절돼 있을 때 주인공들은 상처를 안고 사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서울에 사는 선(배두나)은 성공한 기업가(이경영)의 딸로 격투기 선수에 경제학 석사학위가 있을 정도로 체력과 지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아버지의 관심은 오로지 남동생 준기(이기찬)뿐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선은 없는 존재 혹은 성적 희롱의 대상에 그친다. 그가 인간으로 인정받는 순간은 준기가 저지른 비리를 선이 대신 뒤집어쓸 때, 한마디로 이용가치가 생기고 나서다.

‘어벤져스’에서 나온 줄도 모르게 지나갔던 서울이 여기서는 자주 등장한다. 선이 격투기 훈련을 하는 장소는 서울성곽길이고 선의 사무실에서는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배두나는 단연 눈에 띄는 액션 실력을 보여주고 선의 감방 동기로 등장하는 윤여정, 선의 사부 역할인 명계남 등도 꽤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센스8’가 흔히 기대하는 한국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긴 힘들 듯하다.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사는 곳을 멋들어지게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이 사는 세상은 곧 그를 얽매는 굴레다. 케냐에선 에이즈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버스 운전사, 인도에선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하는 여대생이 등장한다. 한국에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관습이 주인공의 굴레로 선택된 것이다.

드라마는 이들이 서로 소통하며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마침내 힘을 합쳐 누군가를 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상처 입은 초능력자들의 연대와 성장’은 꽤 낡은 테마지만 시공간이 뒤섞이며 벌어지는 독특한 액션에 철학적 질문을 담아내는 워쇼스키 남매의 주특기만은 그대로 남아 꽤 볼만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센스8#워쇼스키 남매#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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